이미지 크게보기 아모레퍼시픽이 지난 18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의료원에서 연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 캠페인에 참가한 여성 암 환우들이 강사의 지도와 동영상에 담긴 피부관리 노하우를 따라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

“눈썹은 눈을 감았을 때 일자를 그린다는 생각으로 그려 주세요. 어때요, 훨씬 눈이 커 보이죠?”

지난 1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의료원 정보행정동 제2 세미나실. 33명의 여성 암 환우들이 모델을 대상으로 메이크업 시연을 하는 강사의 말을 주의 깊게 경청하고 있었다. 벽면에는 ‘2014, 아름다운 손길, 희망을 메이크업하다.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Makeup Your Life)’란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화장품·생활용품 전문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의 사회공헌활동 현장이다.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는 암 치료 과정에서 피부 변화와 탈모 등 갑작스러운 외모 변화로 상실감이 큰 여성 암 환우들에게 메이크업 및 피부관리, 헤어 연출법 등 자신을 아름답게 가꾸는 비법을 전수하는 게 목적. 환우들이 투병 중에 겪는 심적 고통과 우울증을 극복해 내면의 아름다움을 되찾고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갖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업이 직접 이 같은 깊은 배려가 담긴 사회공헌을 펼치는 것은 찾기 힘들다.

이선민(26) 강사는 이날 꼼꼼하고 상세한 메이크업 연출법을 알려줬다. “CC크림은 광대, 이마, 콧등, 턱 순으로 발라주는데 턱밑을 두껍게 바르면 얼굴이 커 보여요. 눈썹은 얼굴에서 ‘지붕’에 해당할 정도로 가장 중요한 부분이죠. 예전에는 ‘갈매기형’ 눈썹을 선호했지만 최근에는 트렌드가 바뀌었어요. 립스틱은 안쪽에서부터 발라줘야 합니다.” 이 강사는 이날 귀에 쏙쏙 들어오는 표현으로 환우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혜영(38) 연성대 뷰티스타일리스학과 교수는 탈모로 고심하는 환우들에게 유용한 가발 활용법을 소개했다. 이 교수는 “가발은 보관이 중요한데 샴푸를 할 때 물빨래 하듯 주무르면 숱이 엉켜 머리가 다 빠진다”며 “세척과 보관, 얼마나 예쁘게 쓰느냐가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은 직접 메이크업을 해보는 시간. 유방암 치료를 받고 있는 최 유스티나(51) 씨는 “환우 친구 소개로 행사를 왔는데 화장법도 새로 배우고 같은 환우들끼리 교유하게 돼 매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심미영(45) 씨는 “그동안 산행을 꾸준히 하고 같은 처지의 환우들끼리 모여 즐거운 마음으로 모임을 하다 보니 치료 경과가 좋은 것 같다”며 “탈모 때문에 신경이 쓰여 가발을 착용할까 생각했는데 아모레퍼시픽의 행사가 많은 도움이 됐다”고 즐거워했다.

이 캠페인에는 아모레퍼시픽 방문판매원들로 구성된 카운셀러 봉사단과 교육강사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 자원봉사자로 나서 환우들에게 도움을 줬다. 메이크업을 돕던 방정화(44) 카운셀러는 “오늘로 두 번째 봉사를 나왔는데 항암치료로 눈썹이 빠진 환우를 보니 같은 여성 입장에서 마음이 아픈 것은 물론, 역시 폐암으로 돌아가신 친정어머니가 떠올랐다”며 “암 환우들이 희망과 재기의 나래를 활짝 펴도록 부족하지만 성심껏 내가 가진 재능을 기부한다는 생각으로 돕고 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이런 활동은 올해로 벌써 7년째다. 2008년 이후 매년 서울 및 전국 주요 지역 환우를 대상으로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누어 각 병원을 찾아 진행된다. 암 수술 후 2년 이내로, 방사선이나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여성 환우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올해는 상반기에 전국 15개 병원을 찾았고, 하반기에는 이대여성암병원, 계명대 동산병원을 시작으로 20개 병원에서 활동을 마무리했다.

행사에 쏟는 아모레퍼시픽의 열정은 단연 돋보인다. 올해 한국예술원과 함께 여성 암 환우들이 쉽게 따라 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스킨케어 방법 영상을 제작했다. 참가자들에게는 가방, 교재, 브로셔, 메이크업 제품과 스킨케어 키트도 제공한다. 2010년부터는 거동이 불편하거나 시간 여유가 없어 행사장에 나오지 못하는 환우들을 위해 카운셀러 자원봉사단이 직접 자택과 병실을 수시로 찾아 도움을 주는 서비스도 도입했다. 1대 1 매칭으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피부관리, 메이크업 기술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캠페인에는 모두 8654명의 암 환우가 참여하고 2872명의 자원봉사자가 도움을 줬을 정도로 차별화된 사회공헌 캠페인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는 화장품 업계 1위 기업으로써 책임과 사회적 소임을 완수하겠다는 의지와 노력을 담은 활동”이라며 “간판 사회공헌프로그램으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는 만큼 계속 확대해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