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경고음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생산자물가가 전년 동월보다 0.7% 떨어졌다. 3년9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생산자물가는 1∼2개월 뒤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소비자물가가 계속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개월째 1%대를 기록중이다.

일본·유럽 등 전세계는 이미 디플레이션 극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물가가 하락하면서 경제활동 전반이 크게 위축되는 디플레이션은 백약을 무효로 만드는 국가적 대재앙이다. 경제 전문가들이 디플레이션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D의 공포’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디플레이션 대응이 인플레이션 대응보다 훨씬 더 힘들다. 디플레이션이 가장 심각한 형태로 나타난 것은 1929년 미국의 대공황이다. 공급과잉·유효수요 부족에 통화공급 부족까지 겹쳐 일어난 최악의 경제 상황이었다. 한국도 현재 디플레 조짐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이미 초기에 진입했다는 주장도 여러 곳에서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우리나라의 디플레이션 취약성 지수가 1992년 일본이 디플레이션에 진입할 당시와 유사하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는 “한국 등 아시아 10개국에서도 생산자물가 디플레이션이 일어나고 있다”고도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일각에선 아직도 디플레이션이냐 아니냐 식의 한가한 논쟁만 되뇌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도 위기의식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정부와 한은이 이제라도 디플레이션만은 꼭 막겠다는 강력한 의지(意志)를 보여줘야 한다. 정부는 더 과감한 재정확대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가야 한다. 기업투자와 가계소비를 일으킬 파격적인 대책들도 내놓아야 한다. 한은도 물가만 잡겠다는 식에서 탈피, 추가 금리인하 등 보다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강구해야 한다. 정치권은 제발 정신 차리고 경제살리기 중점 법안들을 당장 처리하고, 예산안도 제때 통과시켜 경제 정책이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세계적인 경제위기가 고령화와 산업구조의 재편 등 구조적 문제이기도 한 만큼 정치·교육·노동 등 전반의 구조개혁도 병행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