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0월 16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바른사회시민회의와 컨슈머워치 주최 ‘단말기유통법 해법 모색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이동통신사 간 요금경쟁 촉진 방안 등을 놓고 토론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최근 통신요금인가제 폐지에 대한 논쟁이 재차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정부와 일부 사업자들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과 요금인가제 폐지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일축하고 있음에도 불구, 업계 안팎에서는 요금인가제 폐지가 논란이 되고 있는 단통법 안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달 중 요금인가제 개선 또는 폐지를 뼈대로 한 통신요금 정책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요금인가제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제시하는 요금제를 사전에 정부가 인가하는 제도로, 지난 1991년 선도 사업자의 ‘과도한 요금 인상’과 ‘약탈적 요금제(원가 이하의 낮은 요금을 내놓아 후발 사업자를 시장에서 탈락시키는 요금제)’ 출시를 막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사실 요금인가제는 도입 이후 통신요금 인하, 유효경쟁체제 구축, 후발 사업자 보호 등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현재의 시장 상황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경쟁심화와 후발 사업자들의 경쟁력 강화로 선도 사업자의 요금 인상은 물론, 약탈적 요금제 출시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관건은 요금인가제 폐지가 앞으로 이용자들의 후생에 이바지할 수 있을지다. 현 시점에서 요금인가제 폐지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도 단통법 시행의 목적 중 하나인 서비스 경쟁을 통한 통신요금 인하에 요금인가제 폐지가 이바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해석이 엇갈린다. 후발 사업자들의 경우 요금인가제 폐지가 통신요금 인하를 통한 소비자 후생 증진에 이바지하기 어렵다는 견해다. 2010년 법 개정 이후 인가 대상 사업자는 요금인하일 경우 ‘인가’ 대신 ‘신고’만으로도 가능하기 때문에 요금인가제가 요금 인하 경쟁을 막고 있다는 주장은 타당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후발 사업자들은 오히려 선두 사업자의 점유율이 하락하는 등 시장경쟁이 지금보다 활성화됐다는 증거가 나타날 때까지 요금인가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아직 요금인가제를 폐지할 정도로 경쟁이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실제 KT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는 인가대상으로 지정돼 있다가 2009년 제외됐는데 이는 2006년 KT의 관련 시장 점유율이 52.1%에서 2009년 45%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현재 가장 점유율이 낮은 LG유플러스 측은 번호이동과 기기변경 간 지원금 차별을 경쟁 활성화 대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동통신사 변경 시 소비자들에게 경제적 부담(유심비 추가 부담 등)과 절차 부담이 발생하는데, 현행 단통법은 지원금 차별을 금지하기 때문에 이통사를 변경하는 소비자들에게 이를 상쇄할 만한 혜택을 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요금인가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쪽은 인가제가 없어지면 시장경쟁 활성화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직접적인 요금인하가 아니라도 유·무선 결합상품이나 가족할인 등을 통해 혜택을 줄 수 있지만 요금인가제 하에서는 이 같은 요금제 출시에 시간이 걸려 사업자들 간 경쟁이 저하된다는 것이다. 최근 조동근 명지대 교수 등 일부 연구진은 요금인가제를 폐지하면 통신요금이 평균 8.7%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사실 SK텔레콤의 결합상품이나 가족할인 등은 후발 사업자들이 ‘시장지배력 전이 상품’이나 ‘시장지배력 고착화 상품’으로 꼽고 있는 요금제다. 50%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SK텔레콤이 자사 가입자들이 경쟁사로 이동하지 못하게 ‘록인(Lock-in)’하는 상품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정부 정책이 보호해야 할 것은 ‘사업자’가 아니라 ‘소비자’라는 측면에서, 경쟁사에 불리하더라도 많은 소비자가 이 같은 요금제를 통해 혜택을 본다면 막을 게 아니라 더욱 장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요금인가제가 해외에는 없는 한국만의 ‘갈라파고스 규제’라는 점도 요금인가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요 논거다. 요금인가제와 같이 소매시장에 직접적인 시장개입정책을 운용하는 것은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며, 이는 글로벌 추세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실제 1위 사업자의 점유율이 50%가 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룩셈부르크, 노르웨이, 스위스, 터키, 호주, 멕시코) 중 국내와 같은 이동전화 요금규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정환 기자 yom724@ 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