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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담양군 펜션 화재사건으로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사고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소방서가 아닌 20㎞ 가량이나 떨어진 소방서에서 출동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초동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한 화재 현장임을 감안하면, 인근 소방서에서 출동하지 못해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9시 45분쯤 화재가 발생한 전남 담양 대덕면 매산리의 H 펜션에서 가장 가까운 소방서는 고서소방서로, 유명 포털 사이트 지도 검색을 통해 파악한 결과 사고 현장에서 5.58㎞ 가량 떨어져 있다. 소방서에서 출동해 이용하는 도로의 신호체계 등을 고려할 때의 이동 거리는 8.73㎞로 나타났지만, 비상 출동인 경우 U턴 등 신호체계에 영향을 받지 않는 만큼 5.58㎞를 이동하면 도달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날 화재 진압을 위해 출동한 소방서는 화재 현장에서 무려 국도를 이용할 경우 17㎞,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24㎞ 가량 떨어진 담양소방서에서 출동했다. 이 때문에 첫 화재 신고시각인 9시 45분에서 18분이 지난 10시 3분에야 현장에 소방차 등이 도착해 진화작업을 벌였다.

전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고서소방서는 119지역대(재난이 발생했을 때 외곽 지역 등에서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1차적 화재진압 등을 맡음)로 소방차와 구급차를 각각 1대씩 보유하고 화재 출동과 구급·구조 활동을 맡는다. 하지만 사건 발생 15분쯤 전인 9시 30분 응급환자가 생기는 바람에 고서소방서 인원 2명이 전원 전남대 병원으로 출동, 소방차가 있었음에도 출동하지 못했다. 고서소방서 관계자는 “응급환자를 병원에 이송하기 위해 1명은 운전을, 1명은 응급처치를 하며 병원으로 가는 중이었다”고 말했다.

담양군 내에는 펌프차, 소방차, 물탱크 등을 갖춘 담양소방서 1곳과 지역대 2곳이 있는데 담양은 물론, 장성과 곡성까지 관장한다. 전남소방본부 관계자는 “지역대의 경우에도 최초 4명은 있어야 화재나 구급출동에 대비할 수 있는데 인원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화재 진압이 늦었다며 격분하고 있다. 이 사고로 숨진 동신대 학생 고모(18) 양의 가족 A 씨는 “시골이다 보니 소방서에 사람이 있었겠냐”면서 “가까운 소방서를 두고 멀리서 오다 보니 화재 진압이 늦어졌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소방출동 시각이 최초 신고 시각에서 18분이 경과한 10시 3분이 아니라 신고시각에서 40∼50여 분 뒤라는 증언도 나왔다. 생존자 이모 양의 아버지 B 씨는 “딸이 45분쯤 소방서에 신고를 했는데 40∼50여 분 뒤에야 늦게 도착했다고 했다”고 전했다.

담양 = 고서정 기자 hims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