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과정에서 총체적 난맥상을 드러낸 K-2 흑표전차의 심장인 파워팩의 무리한 국산 개발 도전과 사실상의 실패는 전차 전력 차질화에 따른 육군 전력 공백 외에도 1500여 부품개발업체에 대한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2002년 국방과학연구소(ADD)가 K-2 흑표전차 체계 개발을 시작할 당시 차체는 국내 기술로 개발하지만 전차의 심장인 파워팩만큼은 세계 최고의 성능과 신뢰도를 자랑하는 독일산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3년 뒤인 2005년 파워팩 국산 개발을 결정하면서 재앙을 잉태했다. 개발 실패에 대한 주위 반대에도 불구, 성공을 자신하던 두산인프라코어 등 일부 업체의 근거 없는 자신감을 수용한 군 수뇌부의 무능과 판단 착오로 국회, 정치권, 감사원으로까지 논란을 키우다가 결국 세계 최고 수준의 차체 개발에 성공(현대로템)하고도 90여 개 부품 중 단 1개 품목의 개발 실패와 지연으로 1500여 개 부품공급업체의 경영난은 물론, 육군의 핵심인 전차부대의 전력 공백에 의한 군 전력의 총체적 부실로 이어지고 있다.

외부 안보연구기관이 작성한 ‘무기체계 전력화’ 보고서는 “전력화 지연으로 인해 전차 내 부품을 납품하기로 계약한 1000여 개 국내 중소업체들의 경영 악화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업계에 따르면 부품공급업체의 경영난은 가중됐다. 특히 현대로템 등 체계종합업체들도 차체 개발을 성공적으로 완성하고도 파워팩 개발이 3년 이상 지연되면서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려야 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백군기(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ADD는 K-2 전차 기술을 터키에 수출한 현대로템 등에 총수출대금 3억3000만 달러(약 3460 억 원)의 45%에 이르는 기술료(1550억 원)를 배당으로 고집해 업계의 경영 악화를 가중시켰다.

더구나 국산 파워팩 개발을 추진한 두산인프라코어와 S&T중공업 역시 ROC 성능에 미달함으로써 249개의 관련 업체들도 큰 어려움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 전문가들은 합참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앞두고 ROC 성능을 낮추는 무리수를 써가면서까지 파워팩 국내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제대로 된 성능의 전차 전력화에 앞서 업체 등의 반발에 직면해 우선 국회 예산부터 따내고 보자는 궁여지책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