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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안팎에 디플레이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지지 않도록 근본적이고 철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6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현 상황은 디스인플레이션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면서 “다만 이런 상황이 오래가다 보면 디플레이션으로 변할 수 있으므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플레이션은 물가가 하락하며 경제 활동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현상을 뜻하는데, 현재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낮지만 마이너스는 아니기 때문에 디스인플레이션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는 뜻이다. 디스인플레이션은 물가상승률이 플러스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상승세가 둔화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현 상황이 매우 낮은 물가상승이 지속되는 ‘광의의 디플레이션’에는 해당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성태윤(경제학) 연세대 교수는 “한국 경제가 이미 디플레이션에 진입했다고 본다”며 “앞으로 저물가 상황 속에서 저성장 현상이 심화하면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초반부에 발생한 현상들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최근 저물가 현상의 원인은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수요 측면에서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근본적인 원인이다. 경기 침체로 소비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상품의 가격이 오르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는 원자재, 에너지 가격의 내림세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로 2007∼2008년 배럴당 150달러에 이르던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지난 4일 81.65달러까지 추락했다. 국제유가뿐만 아니라 최근 원자재 가격이 급락세를 보이면서 저물가를 부추기고 있다.

원자재 가격의 급락세는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와 내년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미 달러화의 가치가 급등하는 ‘슈퍼 달러’ 현상과도 맞닿아 있다. 한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가능성과 관련된 심각한 문제는 국제유가 하락 등 ‘외생 변수’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의 체질 자체가 저물가, 저성장이 불가피한 구조로 바뀌었다는 지적이다.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이 발생하기 쉬운 구조로 바뀌었다면, 해결책을 마련하는 과정도 그만큼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경환 경제팀’ 등장 이후 경제 활성화에 주력하던 정부가 최근 경제 혁신·구조 개혁 등을 강조하면서 경제 정책의 방점을 경제 활성화와 구조 개혁의 ‘병행 추진’ 쪽으로 틀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물가, 성장, 소비, 투자 등 경제의 모든 분야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한국 경제의 현실에 맞는 디플레이션 방지책을 찾기 위해 정부와 기업, 가계 등 모든 경제 주체들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