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사이즈’ 중국 장강 한가운데로… 크루즈 타고 ‘세 개의 협곡’ 훑는다[박경일기자의 여행]](http://image.munhwa.com/gen_thumb/202405/2024050201032412048001_300.jpg?v=20240502235855)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0월 29일 경남 거창군청 앞 건물에 ‘거창법조타운 조성사업’에 반대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지난 10월 29일 경남 거창군 거창군청 앞에선 한 50대 남성이 ‘도와주십시오’란 피켓을 든 채 1인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인터뷰를 극구 거부하는 이 남성이 든 피켓에는 ‘법조타운, 구치소, 교도소 뭐라고 부르건 6만 평 교정시설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는 현재 법무부와 거창군이 추진하고 있는 ‘거창법조타운 건립사업’에 반대하며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었다.
군청 주변에는 ‘1급 위험시설 교도소 유치를 반대합니다’라는 현수막이 여기저기 걸려 있었으며 인근 상점에도 ‘학교 앞 교도소 OUT’이라고 적힌 소형 현수막이 쉽게 눈에 띄었다. 김은옥 교도소 유치를 반대하는 거창 학부모 모임 대표는 “법조타운이라고 해서 법률사무소 밀집지역 정도로 생각했는데 수백 명에 달하는 재소자들을 수용하는 교도소를 만든다고 하니 어느 학부모가 가만있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지난 10월 6일에는 법조타운 건립에 반대하며 나흘간 초등학생 자녀 1300여 명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 등교거부 운동도 감행했다.
◇소통 부족이 부른 오해와 갈등 = ‘거창 법조타운 조성사업’은 법무부와 거창군이 한센인 마을인 성산마을 일대에 1725억 원의 예산을 들여 검찰청·법원·구치소·보호관찰소 등 종합 법조타운을 짓는 대형 프로젝트다.
최근 이 사업을 두고 거창군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님비(NIMBY)현상으로 인해 촉발된 입지갈등의 전형으로 분류된다. 박재근 국민대통합위원회 사무관은 “거창 법조타운 사례는 기피시설이 지역사회에 들어서는 것을 주민들이 꺼리면서 나타나는 입지갈등의 전형”이라면서 “과거에도 교도소 신축 또는 이전 문제를 두고 지역주민과 정부 간 비슷한 갈등이 곳곳에서 나타난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관-민 갈등뿐 아니라 민-민 갈등도 심각하다. 최민식 거창법조타운 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은 “교정시설 예정지는 학교로부터 직선거리로 500m나 떨어져 있고, 작은 야산이 가로막고 있는 데도 반대 측이 ‘학교 앞 교도소’라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면서 “이들 때문에 사업추진이 지체되고 군민 간 반목과 갈등이 깊어졌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1년 사업추진 초기 군민 대부분의 박수를 받았던 거창법조타운 조성사업이 불과 3년 만에 ‘타도의 대상’이 된 것은 법조타운이 무엇인 지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등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 됐다. 사업 초기 법조타운 사업은 무려 3만 명의 군민들이 유치 촉구 서명을 한 것은 물론, 현재 반대하는 학부모들까지 유치 촉구 서명에 참여할 만큼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불과 3년 만에 사업은 강한 반대에 부딪혔고, 최근에는 ‘서명부 조작논란’까지 일며 첨예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반대 측 군민들은 대리서명 등으로 서명부가 조작됐다며 최근 이홍기 거창군수와 관련 공무원 등을 경찰에 고발하기까지 했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기피시설에 대한 갈등에선 직접 영향권에 있는 주민들 외에 간접적 영향을 받는 이해관계자들에게 같은 설명과 설득의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면서 “사업 추진 초기 과정에서 법조타운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협의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뒤늦게 큰 반발에 부딪힌 것”이라고 분석했다.
◇갈등 키운 정치대결 = 거창군의 고군분투 끝에 지난 2011년 7월 법조타운 유치가 확정되면서 별다른 잡음 없이 추진되던 법조타운 조성사업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지난 6·4 지방선거 때부터다. 당시 이홍기 현 거창군수의 상대 후보들이 네거티브 전략으로 ‘학교 앞에 교도소가 들어선다’며 법조타운 조성사업을 비판하기 시작하면서 이 사업을 둘러싼 갈등은 확산하기 시작했다. 실제 법조타운 조성 예정지 반경 0.5∼1㎞ 사이에는 10여 개의 학교가 자리잡고 있다. 거창군은 학교와 법조타운 부지 사이에 구릉지대가 가로막고 있고 주변에 체육시설 등 편의시설이 들어서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지방선거 이후 학부모들의 우려는 일파만파로 퍼졌다. 거창군은 이에 강원 원주구치소나 서울 남부구치소 등 구치소 주변 500m 반경에 학교가 위치한 곳이 많지만 반대 민원은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에 걱정할 게 없다고 맞서고 있다. 현재 대구교도소, 안양교도소, 성동구치소 등 전국 10여 개의 교정시설 1㎞ 주변에는 학교가 자리잡고 있다. 최근 거창군은 주민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 군민들을 대상으로 구치소가 들어선 지역을 견학하는 등의 활동도 하고 있다.
거창군청 창조산업과 한 관계자는 “교도소라는 자극적인 단어를 써서 학부모들의 불안심리를 이용한 흑색선전이 갈등의 골을 키웠다”면서 “정치인들이 무책임하게 내뱉은 말에 대한 군민들의 오해를 푸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근 4년 동안 사업을 추진하면서 홍보도 많이 하고 공청회도 가졌는데 이제 와서 반대를 한다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사무관은 “소위 ‘갈등의 정치화’인데 여론을 끌어오는 과정에서 이런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주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일 수도 있지만 정치인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갈등을 정치화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현 원장은 “정치인들이 선거 유세 과정에서 교정시설을 기피시설로 단정 짓고 정치대결을 벌인 게 갈등을 키웠다”면서 “정치인들조차 교정시설을 혐오시설로 생각하는데 어느 누가 교정시설 건립에 찬성하겠냐”고 반문했다.
거창 = 글·사진 강승현 기자 byhum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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