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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수도권과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지난 2005년 착수한 혁신도시 조성 사업이 10년이 지나도록 지지부진하다. 이 때문에 노무현정권을 포함한 역대 정권들과 정치인들이 기업 유치 등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졸속으로 계획을 수립,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또 혁신도시를 바로잡으려면 정부가 이제부터라도 정치 논리에서 벗어나 지역별 특화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이에 맞는 세제 혜택 지원 등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0일 문화일보가 최근 전국 자치단체 등을 대상으로 집계한 자료 등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지방 혁신도시로 이전할 공공기관은 모두 120개이며 이 가운데 54개가 이주를 완료, 이주율이 절반 아래인 45.0%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마저도 지역 혁신도시별로 차이가 심해 부산, 대구, 울산 등지에 있는 혁신도시의 공공기관 이주율은 50% 이상인 반면 제주, 강원, 충북 등은 37%를 밑돌고 있다. 특히 제주의 이주율은 22%로 가장 낮다.

또 공공기관들의 이전에 따른 수도권의 공동화 등도 우려되고 있다. 장두산 안양시 도시개발과장은 “이전 기관 6곳 가운데 국립종자원과 품질관리원이 이미 김천으로 이전했으며 국토연구원 등 4곳이 이전을 앞두고 있다”며 “아직 이들 기관 이전에 따른 시설, 부지 등 활용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혁신도시 조성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업적 내세우기에 급급한 나머지 부동산 투기, 수도권 공동화 등과 같은 부작용을 간과한 채 혁신도시 조성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상대 경기개발연구원 미래비전연구실장은 “노무현정부 당시 정치적 논리에 의해 무리하게 혁신도시 조성 사업을 추진한 결과 진주시의 경우 기존 도시와 멀리 떨어진 곳에 조성해 신·구도시 간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며 “처음부터 기존 시가지에 최대한 붙여 주면서 구시가지의 인프라를 개선하는 형태로 추진하지 않다 보니 구시가지가 점점 더 위축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혁신도시는 지리적으로 동떨어져 있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두 지역 간 연결도로라든지 학교, 도서관, 쇼핑센터 등 문화·편의시설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며 “혁신도시 자체만 보지 말고 인근 도시와의 대도시권 차원의 장기적인 비전 전략 수립과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혁신도시 익산의 경우 전주, 군산을 하나의 지역으로 묶어 국가 재원을 투입해서라도 대도시권 비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미다.

혁신도시와 같은 사례의 반복을 끝내기 위해서는 정치인들의 잘못된 관행을 먼저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정현 경기참여시민연대 간사는 “출퇴근 등 교통이 불편한데도 세종시 이전 기관 공무원들이 정주하지 않고 인근 도시에서 출퇴근하고 있는데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정치인들의 잘못된 의식과 관행부터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신규철 인천시 사회복지연대 사무처장도 “막대한 혈세를 낭비하고 있는 혁신도시와 같은 사업이 또다시 추진되는 것을 막으려면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표만 의식하는 정치인, 자신의 안위만을 추구하는 공무원 등을 꾸짖고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정치인들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표를 의식해 혁신도시를 공약으로 내세운 정치인과 이를 졸속으로 추진한 행정관료들에 대한 책임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또 지지부진한 혁신도시 조성 사업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정치 논리를 배제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자족형 도시를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혁신도시는 빈약한 주거 및 근무환경, 기업 참여 저조 등으로 실패한 정책”이라며 “당시 공공기관의 부채 등 경영평가를 무시한 채 졸속으로 입안한 정치인과 행정관료들은 책임지고 물러나거나 혁신도시를 효율적으로 조성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허훈(행정학) 대진대 교수도 정부의 수도권 공공기관 옛 부지 매입, 인구 유입을 위한 정주 인센티브 제공 및 기업과 이주민을 위한 세제 혜택 등을, 박환용(도시계획학) 가천대 교수는 기존 혁신도시 정책의 수정 등을 통한 지역별 특화산업과의 연계, 업무와 산업 중심으로 재편 등을 해결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상원·오명근·송동근 기자 y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