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 추진 10년이 지났지만 기업 유치 등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졸속으로 계획을 수립,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혁신도시 가운데에는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고 상가 매출이 느는가 하면 지역민의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곳들도 없지 않다.

29일 전남 나주시 산포면·금천면에 조성된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빛가람도시)에 들어서자, 신사옥 건축공사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한국전력공사 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빛가람도시로 이전하는 공공기관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기관이다. 또 이전 대상 16개 기관 중 9곳은 이전을 마쳤고, 한전을 비롯한 4곳은 연말까지 입주를 마칠 예정이다.

이 때문에 빛가람도시에 허가된 오피스텔 3500여 실은 일찌감치 인기리에 분양됐다. M오피스텔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총 2500실 가운데 1차 기관분양(입주기관 직원 대상)은 물론, 2차 일반분양 물량도 모두 나갔다"며 "일반분양 중 60%는 노후 준비를 하는 투자자들이 분양을 받았는데, 이는 혁신도시의 전망을 그만큼 밝게 본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빛가람도시에는 오피스텔만으로 수요가 충족되지 않자 외곽으로 원룸 건축 바람이 불고 있다.

이곳에서 7㎞가량 떨어진 나주시 송월동 나주역 인근에는 벌써 30여 개 동(각 16∼19실)이 들어서 있었다. 인근의 C공인중개사 사무소 직원은 "KTX를 이용하기 편한 입지여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도심에 위치한 울산혁신도시는 부동산 시장이 더 달아오르고 있다. 현재 입주가 끝났거나 공사가 진행 중인 혁신도시 내 아파트는 84㎡ 기준으로 최고 1억 원까지 프리미엄이 붙었다. 대구 신서혁신도시에 짓고 있는 일부 아파트 분양경쟁률도 20대 1을 넘어섰고 프리미엄까지 붙고 있다. 장기적으로 나타날 ‘혁신도시 효과’가 작지 않을 것임을 보여 주는 방증이다.

특히 대구 신서혁신도시에서는 임대를 내놓은 상가마다 식당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고, 점심때마다 식당들은 공공기관 직원과 인근 공공기관 청사 신축 공사장 인부들로 만원이다. 신서혁신도시 초입에 있는 안심동 일대 식당들도 공공기관들이 입주하기 전보다 손님이 30%가량 늘 정도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혁신도시 내 상권은 아직 형성되고 있지 않지만 주변 상권이 되살아나는 지역도 있다. 경남 진주시의 경우 혁신도시 인근 하대동이 이전해온 기관들의 직원들로 저녁마다 북적이고 있다. 구도심으로 쇠퇴하던 계동 지역 상권도 유입인구가 늘어나면서 폐업한 가게들도 속속 다시 문을 열고 있다.

이전 기관들의 현지인 채용비율과 관련, 전남도 혁신도시지원단 관계자는 "신규 채용 시 현재는 10% 안팎이지만 앞으로 30%까지 올려줄 것을 이전 기관들에 요구하고 있다"며 "혁신도시가 지역민들의 일자리 창출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나주 = 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