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정감사가 27일로 사실상 마무리된 가운데 외교통일위원회의 ‘고비용 저효율’ 해외 국감이 도마 위에 올랐다. 매년 15억 원 규모인 전체 국감 비용의 3분의 1가량인 5억 원을 외통위가 사용하지만 국감의 내용은 부실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가 2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외통위는 국감 비용으로 ▲2009년 5억1195만 원 ▲2010년 4억9604만 원 ▲2011년 4억6144만 원 ▲2012년 4억5116만 원의 경비를 집행했다. 전체 상임위 국감 비용이 매년 15억∼16억 원임을 감안하면 외통위가 국감 예산의 3분의 1이나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외통위의 국감 비용이 높은 이유는 외교부 재외공관에 대한 해외 국감을 시행하기 때문이다. 외통위는 매년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 20∼30개국의 공관을 돌며 현지 방문 감사를 한다. 이동시 항공기를 이용할 때는 비즈니스석을 이용하고, 숙박비로 지역에 따라 1일 21만∼50만 원 범위에서 지출할 수 있다. 국내에서 진행하는 일반 상임위에 비해 지출 금액이 높을 수밖에 없다.

국감이 내실 있게 진행된다면 높은 비용을 감내할 수 있겠지만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바른사회시민회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국감 기간에 외통위는 10월 17일부터 28일까지 11일 동안 4개 반(구주, 미주, 아주, 아중동)으로 나뉘어 30여 개 공관을 감사했으나 공관당 평균 감사시간은 2시간 40분(정회 시간 제외)에 불과했다. 체코대사관에서 열린 국감은 1시간 29분만에 종료됐다.

외통위는 올해도 지난 10일부터 20일까지 20개국을 돌며 외국 주재 공관들을 대상으로 해외 국감 일정을 소화했다. 단순히 시간으로 감사의 질을 일괄적으로 재단할 수는 없겠지만 오전 10시부터 심지어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국감을 진행하는 일반 상임위와 비교하면 외통위 감사 시간은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감사 내용도 지나치게 일반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감사 내용은 현지 이슈보다는 대체로 독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한류 확산 등 외교 전반에 관한 사항, 행정원 처우 문제, 현지 교민의 주류사회 진출 문제, 영사 서비스 문제 등이 주를 이룬다. 현지 방문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감사할 수 있는 사항들이다. 또 전체 160여 개 재외 공관 중 20∼30곳만 선정해 감사하기 때문에 전체 공관 중 80% 이상이 감사에서 누락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160개 재외 공관을 효율적으로 감사할 수 있도록 화상감사 시스템 등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화종 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