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7월 모 인터넷 증권방송에서 활동 중인 A 씨는 유·무료 회원 600명에게 한 코스닥 상장 업체의 주식을 구입하라고 권유했다. A 씨는 2013년 11월까지 33개 업체를 ‘매수 추천’ 종목으로 선정했고, ‘증권 고수’로 알려진 그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던 회원들은 해당 종목들을 앞다퉈 구입했다. 추천 종목의 주가는 일시적으로 올랐다가 곧 떨어졌지만 회원들은 규모가 작은 상장 업체들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주가 조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A 씨와 이 방송의 대표이사인 B 씨는 사전 모의를 통해 회원들에게 추천한 주식을 미리 사놓은 뒤 시세를 조종했다. 매수세가 유입되고 주가가 오르면 최고점에 주식을 판 뒤 유료 회원, 무료 회원 순으로 “주식을 팔라”고 권했다.

A 씨와 B 씨는 이런 수법으로 1년여간 1억8000만 원의 부당이익을 챙겼다. 뒤늦게 주식을 판 회원들은 가만히 앉아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증권정보 전문 사이트에서 활동하던 C 씨 역시 해당 사이트에서 회원들에게 주식을 추천해 부당이득을 취했다. C 씨는 종목 토론방을 열고 “투자 상담을 해주겠다”며 무료 회원을 모집한 뒤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회원들에게 자신이 구입한 8개 종목의 주식을 매수하라고 추천했다. C 씨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회원들의 매수세로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반복적으로 매도해 1억5000만 원의 부당이득을 얻었다.

23일 금융감독원과 증권범죄합수단에 따르면 증권방송과 증권카페 등에서 횡행하고 있는 주식 전문가들의 부정 거래가 주식투자자들을 여전히 유혹하고 있다. 증권 전문 인터넷 카페 운영자들이 일반 투자자들의 신뢰를 악용해 특정 종목을 선매수한 뒤 과장·허위 매수 추천하고, 일반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유입되면 선매수한 주식을 팔아 수억 원대의 부당이득을 취하는 부정거래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허위 매수 추천과 함께 시세조종성 거래를 병행한 사실이 조사 결과 확인됐으며, 심지어 외부의 시세조종 세력과 연계된 경우도 발견됐다.

증권방송 주식 전문가 2명과 전업투자자가 ‘짜고 치는’ 수법으로 5개월여 만에 수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사례도 적발됐다. 이들은 2012년 8월 증권 전문 케이블방송에서 “투자가 유망한 종목이니 사면 몇십%의 이익을 볼 수 있다”고 회원들을 속여 미리 산 추천 종목을 파는 방식을 그대로 활용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매수 추천 주식들의 주가는 고가 매수세 유입으로 단기간 급상승했다가 매수 추천 효과가 사라지는 순간 원래 수준이나 그 이하로 빠지는 속성을 보이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은 필연적으로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며 “신중한 투자 판단과 추천 종목에 대한 실적 확인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충남 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