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거래제 시행이 내년으로 다가왔지만, 산업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확히 집계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향후 국내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을 지정받는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확한 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제도 시행에만 급급한 환경부의 무책임한 행정이 도마에 올랐다.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최봉홍(새누리당)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환경부는 기업들로부터 6대 온실가스(이산화탄소, 이산화질소, 메탄, 과불화탄소, 수소불화탄소, 육불화황) 배출량을 보고받는 과정에서 국제기준인 ‘IPCC 2006 가이드라인’을 준용하고 있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들은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배출량을 산정한다. 문제는 6대 온실가스 중, 발전사와 반도체 제조사들을 중심으로 배출량이 급증하고 있는 불소계 온실가스(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 육불화황)의 정확한 배출량 산정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가이드라인상 4대 등급 중 국내 발전사들과 반도체 업계에선 ‘티어2’ 기준에 따라 배출량을 보고하고 있다. ‘티어2’는 해당 기업의 온실가스 처리 효율이 85% 이상일 경우 실제 배출량에 효율치 0.9를 곱해 최종 배출량을 산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처리효율이 85% 미만일 경우 효율치는 무조건 0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배출하는 온실가스 중 절반을 자체 설비로 정화하는 기업에도 효율치 0이 적용돼 온실가스 배출량은 실제보다 2배 많은 것으로 보고될 수밖에 없다.

최근 3년간 온실가스 배출 신고 의무가 있는 국내 52개 기업이 배출한 불소계 온실가스는 2011년 906만2215t에서 2013년 1007만5621t으로 11.2% 늘어났다. 이들 기업 중 처리효율을 0.9로 적용한 곳은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LG이노텍 3개 업체뿐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현행 처리 효율값 기준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돼 국립환경과학원과 함께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