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중국 상하이(上海)에서의 ‘개헌 봇물론’으로 파장을 일으킨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언행을 강하게 비판한데 대해 김 대표는 일단 말을 아꼈다. 하지만 당내 김 대표 측근 의원들과 비박(비박근혜) 당권파들은 “대체 청와대가 왜 국회의원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간섭이냐”는 항의와 불만을 쏟아냈다. 개헌파 의원들은 “개헌론의 봇물은 막지 못할 것”이라며 청와대와 각을 세우는 모양새다.

김 대표는 22일 오전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전날 청와대의 비판에 대한 언급은 자제한 채, 공무원 연금 개혁의 필요성만 역설했다. 전날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개헌에 대해서는 일체 이야기하지 않겠다”고만 했다. 한껏 몸을 낮추는 기류다. 한 관계자는 “개헌은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니 청와대와 컨센서스(합의)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성태 의원도 이날 불교방송에서 “당 대표이기 때문에 공사석을 떠나 박근혜 대통령이나 청와대에 부담스러운 이야기가 된 것은 틀림없다”며 “지금은 당과 청와대, 정부의 긴밀한 협력과 협조가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밝혔다.

반면 김 의원 측근 의원들은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작심발언에 대한 강한 성토를 쏟아냈다. 한 의원은 “김 대표가 체면까지 상해가며 사과를 했는데 이건 아예 무릎을 꿇고 빌라는 것 아니냐”며 “청와대가 여당을 무슨 청와대의 보좌진 정도로 아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 개헌파 중진 의원은 “개헌이 될지 안될 지와 별개로 정기국회가 끝나면 김 대표의 말처럼 개헌 논의가 봇물처럼 터져 나올 것”이라며 “의원들이 자기 소신을 이야기하겠다는데 청와대가 그걸 무슨 수로 막을 수 있겠나”라고 전망했다.

한편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청와대 인사가 집권여당 대표에게 그렇게 심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같은 의원으로서 모멸감을 느낀다”며 김 대표를 거들고 나섰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