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21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이미 주워담은 ‘개헌 검토’ 발언에 대해 뒤늦게 작심 비판을 쏟아낸 것은 김 대표의 ‘치고빠지기식 자기 정치’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청와대 수뇌부의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발(發) 개헌론을 ‘확인 사살’하려는 것을 넘어, 김 대표가 ‘몸값’을 올리려 하는 시도를 차단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이와 함께 김 대표와 여당 내 당권파 등 세력이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 ‘자기 정치’ 경쟁을 벌이는 것을 방치할 경우 주요 국정과제 추진에 차질이 빚어지고 개헌론 등을 통해 조기 레임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청와대의 강한 반발을 낳은 요인으로 분석된다. 개헌론이 현직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부를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지점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2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김 대표의 상하이(上海) 개헌 발언 이후 벌어진 여러 가지 논란이 남긴 게 뭐냐”며 “야당에게 대통령을 공격할 빌미만 제공한 것 말고 뭐가 남았느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논란은 ‘김무성식 자기 정치’가 얼마나 위험하고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김 대표를 비판한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박 대통령이 이미 공개적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개헌 불가’ 방침을 밝혔는데도 김 대표가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게 박 대통령에게 큰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온 것을 겨냥한 것이다.

김 대표는 지난 16일 개헌 발언을 꺼냈다가 하루 만에 “제 불찰이었다”며 발을 빼면서 개헌 논의를 연기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 과정은 마치 여당 대표가 청와대의 압력에 굴복하는 듯한 모양새로 비쳤다. 박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공격을 받을 수 있는 빌미가 된 것이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20일 “대통령이 국회 차원의 논의를 막는 건 월권이고 삼권분립을 무시하는 독재적 발상”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앞서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21일 간담회에서 “청와대에서 항의하거나 압력을 가해서 김 대표가 물러선 것처럼 비치는 부분이 있고 일부 언론과 야당이 ‘청와대가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과 주장을 하는데 저희들은 황당하다”고 반박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당 대표 되는 분이 실수로 언급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그의 말에는 청와대의 강한 불쾌감이 담겨 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