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최근 간첩 사건에 대해 잇따라 무죄 판결이 나오자 법원에 공안 사건 전담 재판부 운영을 요청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공안 전담 재판부에 대해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문화일보 10월 14일 1·11면 참조)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등 전국 주요 1심 법원에 공안 전담 재판부를 설치할 것을 조만간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은 현재 대법원의 ‘전문재판부 구성 및 운영 등에 관한 예규’에 따라 부패, 경제, 교통, 선거, 성범죄, 소년, 식품·보건 분야에 대해 전담 재판부를 운영하고 있다. 전담 재판부가 만들어지면 관련 사건은 해당 재판부에만 배당이 된다. 검찰은 공안 사건이 가장 많이 접수되는 서울중앙지법에 1∼2개의 전담 재판부를 두는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다.

현재 공안 사건은 법원의 형사 합의부에 무작위 컴퓨터 추첨을 통해 배당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은 선거·부패 사건 전담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 이범균)에, ‘북한 보위부 직파 간첩 사건’은 성범죄·소년 전담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부장 김우수)에 각각 배당됐다.

검찰은 공안 사건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전담 재판부 운영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간첩 사건 등에서는 피고인의 특성상 증거 수집 방식에서부터 일반 형사 사건과 크게 다를 수밖에 없고, 과거 사건들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제대로 된 재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에서도 공안 사건이 다른 사건과 다르고,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검찰에도 공안사건 전담 검사가 있는 만큼 법원도 공안 전담 재판부 설치를 전향적으로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법원은 검찰의 공식 요청이 있을 경우 일단 전담 재판부 설치 필요성을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원 내부에서는 공안 전담 재판부 설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공안 사건은 사회적 관심도 높고 정치적인 논란이 많이 되기 때문에 판사들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전담 재판부를 만들면 서로 맡지 않으려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법원 일각에서는 최근 잇단 무죄 판결에 대해 불만이 많은 검찰의 전담 재판부 설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