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절차상의 흠결, 법정에서의 진술 번복 등을 이유로 최근 각종 간첩 사건 공판에서 잇달아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고법은 지난 4월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피고인 유우성(34) 씨의 간첩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간첩 혐의의 핵심 증거인 여동생 유가려(27) 씨의 진술이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여동생이 국가정보원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사실상 구금돼 피고인과 함께 대한민국에서 살게 해 주겠다는 회유에 넘어가 피고인의 간첩행위에 대해 진술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유가려 씨가 사실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하는 등 진술이 적법 절차를 거쳐 이뤄진 것이 아니라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다만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과 여권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판단하고 유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9월 북한 보위부 직파간첩 혐의로 기소된 홍모(40)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핵심 증거에 해당하는 합동신문센터에서 작성된 진술서와 수사기관에서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 홍 씨가 작성·제출한 의견서와 반성문의 증거능력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해당 자료들이 적법절차에 따라 작성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위법수집 증거에 해당되는 데다 피고인이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의견서와 반성문 역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해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에서 작성돼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법정에서 진술을 부인했더라도 유죄가 선고되는 경우도 있다. 2013년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5년이 확정된 이모(여·46) 씨는 2001년부터 중국에서 위폐환전 등 공작활동을 하던 중 2011년 탈북자 신분으로 국내에 입국했다가 위장탈북자임이 드러나 기소됐다. 법원은 “본인이 경험하지 않았다면 진술하기 어려운 부분까지 상세하게 진술하고 있어 신빙성이 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