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고갈을 막기 위해서는 보험료율을 현재의 두 배 가까이 인상해야 재정 안정화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득의 9%를 내는 현재 보험료율을 11∼13% 수준으로 소폭 인상하면 고갈시점을 연기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2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9%인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2018년부터 11%로 인상하는 것을 가정해 계산하면 적립기금 고갈시점이 2069년으로 미뤄진다. 또 보험료율을 2018년 11%로 올린 뒤 2023년에 다시 13%로 올린 경우에는 고갈시점이 2085년으로 조금 더 늦어졌다. 현 제도의 고갈시점으로 예견된 2060년에서 각 9년, 25년으로 늦춰졌을뿐 고갈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2018년 11%, 2023년 13%, 2028년 15% 등으로 올릴 경우 2100년 내에는 적립기금이 소진되지 않았으며, 적립배율도 3.53배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2018년 11%, 2023년 13%, 2028년 16%로 마지막 인상 해에 1%포인트만 더 올리면 2081년부터 2100년 동안 평균 적립배율을 13배로 일정하게 유지하는 안정화 단계를 보일 것으로 분석됐다.

적립배율은 재정 상태의 안정성을 판단하는 지표로 적립금을 지출액으로 나누는 수치다. 예를 들어 13배라면 보험료를 안 걷어도 13년간은 연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금 고갈을 막기 위해 보험 지급액을 낮추는 방식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연구팀 분석이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40%까지 내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지급률을 더 이상 낮추면 연금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는 1988년 국민연금을 도입하면서 70%에 달했던 소득대체율(가입기간 40년 기준)을 1998년 60%로 떨어뜨렸고, 2007년 50%(2008년 가입자 기준)로 낮췄으며, 2009년 가입자부터 매년 0.5%포인트씩 감액해 2028년 가입자의 소득대체율이 40%가 되도록 조정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보험료율 9.0%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2012년) 19.6%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