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활동 중인 한국 기업들이 엔저(低)의 지속에 따른 채산성 악화 등으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무역업계는 정부 차원의 환율 대책과 한·일 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일 한국무역협회 도쿄(東京)지부가 삼성, LG, 포스코 등 일본 주재 한국 기업 56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80.3%가 엔화 약세로 영업에 악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 가운데 응답기업의 44.6%는 엔저의 부정적 영향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제조·무역업체는 가격 경쟁력 약화와 채산성 악화로 단가 인상을 둘러싼 거래처와의 갈등 심화, 발주량 감소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번 조사에서 주일 한국 기업은 엔저 대응 방안으로 단가 인상(39.2%), 사업 축소(19.6%), 결제통화 변경(12.5%), 환율변동보험 확대(3.5%)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납품 단가 인상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응답기업의 66.1%는 일본 거래처로부터 기존의 단가 유지를 요청받았고 실제로 단가를 인상한 곳은 8.9%에 불과했다.

100엔당 원화 환율은 지난해 3월 1170원에서 최근 955원까지 떨어진 가운데 주일 한국 기업이 영업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밝힌 최소 수준의 환율은 100엔당 1000∼1100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내년 평균 환율이 100엔당 949원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은영 무역협회 도쿄지부장은 “제조업과 무역업뿐만 아니라 전 분야에 엔저로 인한 피해가 확대될 전망”이라며 “관련 업계는 2015년 평균환율이 올해보다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며 정부의 외환시장 모니터링 강화 및 시장 개입 등 환율시장 안정을 위한 강력한 시책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