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 활성화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이유는 여가시간의 부족이다. ‘2013년 국민여행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국내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여가시간 및 마음의 여유 부족’(49.9%)을 들었다. 세계적인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가 주요 24개국 직장인 85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013년 한국 직장인의 실제 휴가일수는 전 세계 직장인 평균 휴가일수의 절반인 10일인 것으로 나타났다.

휴가 사용은 국내 여행 확대를 통한 경기활성화 효과 이전에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휴가 사용일수를 어떻게 확대할 수 있을까. 1개월 남짓한 장기휴가가 일상적인 사회적 인식과 기업 문화를 가진 유럽 국가와 우리 실정을 비교하기는 언감생심. 사용 휴가일수가 7일로 우리보다 더 적지만 다양한 정책수단을 동원해 휴가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일본 경험을 살펴보는 편이 더 도움이 될 법하다.

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은 1990년대 초반 버블경제 붕괴 이후 장기간의 저성장기를 거치면서 관광산업을 주요 성장산업으로 육성해 왔다. 일본의 지난해 연차휴가 취득률은 47%. 버블경제 붕괴 이후 해마다 낮아졌다. 적은 휴가 못지않게 한꺼번에 휴가가 집중되는 것도 문제였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일본은 다양한 휴가정책을 추진했다.

휴가 확대정책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2001년 도입한 ‘여유로운 휴가’정책이다. 2020년까지 유급휴가 취득률을 70%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로 추진한 연차유급휴가 확대정책이다. 휴가 취득을 장려하는 캠페인의 단순한 형태였다. 가장 최근에 등장한 것은 ‘포지티브 오프’운동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원전 가동 중단으로 전력이 부족해지면서 절전 수단으로 장기 휴가와 휴가 분산 등이 장려되다가 이것이 휴가의 사회·경제적 의미를 찾는 캠페인으로 전환되고 있다. 일본 관광청이 시작하고 내각부, 후생노동성, 경제산업성이 함께 벌이고 있는 이 캠페인에는 380여 기업과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 밖에 휴가 분산을 위해서는 초·중학교에 가을방학을 도입하는 가을휴가 캠페인과 함께 2010년부터 특정 지역을 지정, 기업과 학교의 휴일을 같은 날로 정해 그 효과를 계측하는 ‘가족의 시간 만들기’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또 전국을 블록으로 나눠 휴일을 다르게 설정하는 다소 파격적인 방안의 도입을 놓고 각계의 합의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휴가 분산화 등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못해 공전하고 있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