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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부터 정부의 관광관련 정책은 해외관광객 유치의 성과 확대 일변도에서 국내관광 산업 육성 쪽으로 급격하게 선회했다. 장기 불황에 허덕이는 가운데 서비스산업 육성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대두된 데다 박근혜 대통령이 올 초 신년담화에서 의료, 교육, 금융, 소프트웨어와 함께 관광을 5대 서비스산업으로 묶어 육성을 선언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이에 따라 관광산업이 단순히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통한 외화 획득의 차원을 넘어, 내국인들의 국내관광 등을 포함한 전체 관광서비스가 다른 인접 서비스산업을 연계 발전시키는 핵심 산업군으로 인정받게 됐다. 이와 함께 국민관광 활성화를 추진하면서 경기 진작과 여가문화 확산을 통한 복지 향상 등의 방안들이 모색되고 있다.

# 관광, ‘노는 일’에서 ‘경제활동’으로…

전 세계가 유럽발 금융위기의 암운이 짙게 드리웠던 지난 2010년 말,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공개석상에서 “주말에 지방에 다녀왔는데. 아직도 고속도로에 차가 많더라”고 혀를 찼다. 끝모를 불황의 공포가 엄습하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놀러나 다니고 있다’는 식의 힐난이었다. 경기 불황으로 인한 내수 급감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건, 공포에 질려 주머니를 꼭꼭 닫는 게 아니라 ‘놀러 다니는 데’서 나온다는 사실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데서 나온 말이었다. 이 관계자의 발언처럼 불과 4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에서 관광이란 ‘놀러나 다니는’ 소비행위로 간주돼 왔다. 그러나 정부가 관광 분야의 직접적인 경기 진작이나 고용 확대, 파급 효과 등 산업으로서의 중요성에 주목하면서 이 같은 시선은 달라졌다.

내국인들의 여행지에서 숙박이나 음식 등의 소비가 지역 경기를 활성화하는 효과는 물론 일자리를 늘리고, 한편으로 국내여행 참여자들의 복지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는 인식은 이제 기본 중의 기본이다. 실제로 한국관광연구원 계측 결과, 국민 연평균 여행일수 1일 증가시 소비가 2조5000억 원 늘어나고, 일자리 5만 개가 창출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직접 효과와 더불어 훼손되지 않은 자연을 선호하는 관광객들 유치를 겨냥해 지속가능한 환경보전 방법이 모색되며, 여행을 통한 청소년들의 전인적 소양 개선 등의 교육 효과 등도 기대할 수 있다.

내국인들의 관광 수요 확대는 관광산업 부흥과 함께 기반산업의 성장과 발전을 가져와 종래에는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력 있는 관광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기도 한다. 여기다 여름휴가 확대로 발생하는 에너지 절감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관광 캠페인으로 여름휴가가 2.7일 늘어나 에너지 절감 비용만 129억 원에 달했다.



# 답보 상태 국내관광, ‘관광주간’이 돌파구 될까

내국인들의 국내관광은 1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지난해 전년대비 13.7% 늘어났지만, 국내 관광객 증가세는 5.3%에 머물렀다. 국민여행 이동총량은 주 5일근무제 시행 등 사회·경제적 여건 변화에도 불구하고 10년째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004년 국민여행 이동총량은 3억5900만 일이었고 2012년에는 3억6500만 일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전체 관광지출액 중 내국인들의 국내관광이 차지하는 비율이 60%에 불과해 전체 관광지출의 95%를 내국인이 점유하는 일본이나 88%에 이르는 미국, 70%의 프랑스에 못 미쳤다. 그 결과,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국민총생산(GDP) 기여도는 5.9%로 스페인의 15.2%, 프랑스의 9.2%, 미국의 8.5%에 못 미치는 등 세계 평균 9.2%도 크게 밑돌았다.

그러나 지난해 정부의 휴가 분산, 장기 휴가 등의 캠페인에 힘입어 2013년 국민여행 이동총량은 3억8900만 일로 상승곡선을 그렸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5월과 9월 봄·가을의 ‘관광주간’ 캠페인으로 국내관광 수요가 크게 늘었다. 5월 1일부터 11일까지 봄 관광주간에는 세월호 사고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이동총량 580만 일, 소비지출액 4024억 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른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3353억 원이었고, 고용 유발 효과는 5185명이었다.

지난 9월 25일부터 10월 5일까지 진행된 가을 ‘관광주간’의 관광객 증가는 폭증에 가깝다. 가을 관광주간에만 전남 순천의 순천만, 낙안읍성 등의 관광지에 30여만 명의 관광객이 몰렸다. 지난 1일부터 12일까지 경남 진주에서 열린 개천예술제와 남강유등축제에는 진주성 입장 관광객이 진주시 인구의 2배가 넘는 76만여 명에 달했다. 특히 관광주간이자 연휴기간이던 3, 4일에는 계측 이래 최대 관광객 숫자인 27만 명이 몰렸다. 다양한 캠페인을 통한 여행 분위기 확산에다 열차요금이나 주유비부터 숙박비, 음식요금, 입장료에 이르기까지 3800여 업소들이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맞춤형 여행코스, 공연, 세일프로모션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한 것이 주효했다.



# 관광수요 창출, 정책으로 견인한다

관광분야는 다른 산업분야와 달리 경기변동이나 사건사고, 환율변동, 외교분쟁 등 관광 외적 변수에 따라 경기의 확장과 축소의 변동 폭이 크다. 다시 말해 투자에 대한 위험 부담이 크다는 뜻이다. 지난 4월 세월호 사고가 대표적인 사례다. 세월호 사고로 국내관광 시장은 일순 얼어붙었다. 사고로 인한 전반적인 소비지출 감소로 경제 각 분야가 모두 영향을 받긴 했지만, 그중에서도 직격탄을 맞은 건 여행업계였다. 한국관광연구원이 국내여행 관련 업체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여름휴가 수요가 전년보다 줄었다는 응답이 78.6%에 달했다. 향후 전망도 비관적이다. 올해 4분기 관광산업 경기 실사지수(BSI)는 81로 기준치 100보다 크게 낮았다. 그러나 국내관광지출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4분기에 105를 기록해 관광주간 등에 힘입어 소폭이나마 지출심리가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관광수요 창출과 기반 확대를 위한 다양한 정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관광잠재력이 큰 기초지방자단체를 해마다 3개씩 지정해 1개 지자체에 최대 25억 원까지 집중 지원해 관광거점을 조성하는 한편, 정부가 일부 휴가비용을 지원하는 근로자 휴가지원제도를 내년부터 본격 도입하는 한편, 휴가를 많이 쓰면 많이 보상하고 적게 쓰면 적게 보상하는 방식으로 공무원 연가보상제도를 개편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침체된 산업철도의 부흥과 지역 경기 활성화 등의 효과를 거둔 코레일의 중부내륙권열차(O트레인, V트레인)와 남도해양열차(S트레인), 평화생명열차(DMZ트레인)에 이어 서해안을 연결하는 G트레인과 동해남부선을 잇는 B트레인 등을 개통해 관광벨트를 구축한다.

김기홍 문화체육관광부 관광국장은 “관광산업은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경제적 제도와 얽혀 있어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국회와 관계부처 이해관계자의 협조와 지원이 필수적”이라며 “국내관광의 편의성과 매력도를 높이는 공급 측면의 대책도 중요하지만, 성수기에 집중되는 여행의 분산 등을 막기 위한 휴가제도 개선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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