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웠던 강정마을 공동체는 해군기지 건설을 두고 찬성과 반대로 나뉘며 완전히 무너졌다. 전문가들은 파괴된 마을 공동체의 회복이 제주 해군기지 문제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정부가 앞장서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2007년부터 8년간 이어져온 해군기지 건설 문제를 두고 강정마을 주민들은 서로 의견이 엇갈리며 이웃간은 물론 형제와 부자지간에도 서로 반목하게 됐다. 일부 가정에서는 제사와 명절을 따로 지내고 이웃의 경조사에 얼굴을 비치지 않은 지도 오래됐다.

전문가들은 강정마을의 무너진 공동체 회복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강원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소장은 “지금 우리 정부는 갈등지역의 공동체 파괴 현상에 대해 ‘분열은 안타깝지만 시간이 회복할 것이다’ 식으로 안일하게 대처 하고 있다”며 “공동체 파괴와 같은 후유증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정교하고 체계적인 갈등 사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영진 성균관대 갈등해결연구센터장은 “제주 해군기지 관련 갈등의 경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책임의식을 갖고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며 “이 같은 공동체 파괴는 강정마을만의 문제가 아닌데 갈등이 예상되는 시점부터 정부가 주민들과 열린 자세로 대화해야 공동체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군기지의 민항화가 강정마을 공동체 파괴 문제의 해결책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강정마을회 법률자문을 맡았던 신용인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 상황에서 찬성측과 반대측 주민들의 의견 접점은 해군기지를 민항으로 변경하는 것”이라며 “서로 양보하며 합의에 이르면 공동체 파괴 문제도 치유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