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의 온라인 검열이 거세질수록, 온라인 공론장을 지켜내고자 하는 중국 네티즌들의 저항도 ‘심화’되고 있다.

이들의 싸움은 종종 ‘다윗과 골리앗’으로 묘사된다. 프록시 서버 목록을 실시간으로 감시해 해외를 통해 우회적으로 접속하는 것을 차단하고, 가상 사설망도 발견하는대로 닫아버리는 중국 당국의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에 대항해 네티즌들이 정공법으로 대항하기란 해커가 아닌 이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중국 네티즌들은 좀 더 ‘지능적으로’ 당국의 검열에 맞설 무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들이 들고 나온 조약돌은 ‘풍자’다.

이 조약돌이 ‘골리앗’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나, 적어도 당국을 속여 잠시나마 ‘한눈 팔게’ 만들 수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도 어떻게든 온라인 상에서 ‘홍콩 시위’를 공론화시키려는 네티즌들의 풍자가 이어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누구든 홍콩의 시위에 반대하는 사람은 역사의 악당으로 남을 것이다’와 같은 글은 채 1명이 읽기도 전에 삭제됐지만, 좀 더 미묘하게 상황을 전한 글들은 꽤 오래 살아남았다”고 전했다.

한 웨이보(微博) 사용자는 마치 관광객인 것처럼 “홍콩에 가봤는데, 거리가 참 깨끗했다”라는 글을 올렸다. 시위와 관련한 어떤 내용도 담기지 않아 당국의 눈을 잠시 피했던 해당 글의 첨부 사진에는 깨끗하게 청소된 도로 위에서 자고 있는 홍콩의 학생 시위대원 모습이 담겨 있었다. 또 다른 사용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비가 오는 날 우산을 들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올렸다. 홍콩의 ‘우산 혁명’을 우회적으로 지지하고 중국 당국의 검열을 풍자하는 이 포스팅은 삭제되기 전까지 웨이보 상에서 꽤 많이 재게재되며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대표 작가 위화(余華)는 자신의 저서에 “중국인들은 정부의 심사를 피하며 자신의 생각을 개진하기 위해 암시와 비유, 풍자와 조소, 과장과 연상을 극대화해 발휘하고 있다”며 “이것이 허구에 기반을 둔 ‘5월 35일식’ 자유”라고 밝혔다. 5월 35일은 1989년 6월 4일 발생한 톈안먼(天安門) 사태를 기념하기 위한 풍자적 표현이다. 중국 당국이 톈안먼 사태가 공론화되는 것을 막고자 6과 4(6/4, 64 등), 혹은 64(63+1, 65-1 등)로 향하는 모든 태그와 검색어를 차단하자 이에 맞서 중국 네티즌들이 고안해 냈다.

이와 같은 ‘풍자’는 당국이 네티즌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따라가지 못하는 만큼 적지 않은 시차가 발생해 예상 외로 퍼져나갈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풍자의 코드가 맞아야 공감대를 살 수 있다는 약점은 물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자체의 무게가 가벼워질 수도 있다는 아쉬움이 있다.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는 다수의 중국인들이 정치 개혁과 자유로운 대화를 전제로 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가져야 당국의 검열에 맞설 수 있는 ‘칼’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