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소통과 기록의 문자를 넘어, 디자인 개념으로 접근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전개되고 있다.

외솔회(회장 성낙수)가 한글날을 앞둔 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마련한 학술대회 ‘한글의 무한 확장성’은 이 같은 새로운 시도들을 점검하는 자리였다. 2부로 진행된 이날 학술대회는 ‘과학, 예술, 경제면에서 보는 한글’(1부)과 ‘한글의 미래와 세계화의 가능성’(2부)이라는 두 가지 주제로 나눠 진행됐다. 특히 디자인, 예술의 시선으로 ‘읽는 한글’이 아니라 ‘보는 한글’, 기록과 소통의 수단을 넘어 다양한 글자꼴로 표현하는 방법에 초점을 둬, 이를 통해 한글의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해 보려는 자리였다.

이날 학술대회에서 안병학 울산대 교수는 ‘읽는다는 것과 본다는 것’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한글은 창제된 지 568년밖에 되지 않은 아직 어린 문자로, 우리는 아직 한글의 글자꼴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일 만한 충분한 제도를 갖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아직도 영문이나 일본어 등에 비해 다양한 형식과 쓰임새에 어울릴 만한 풍부한 서체 선택의 폭을 갖지 못했고, 본문 글자꼴의 경우 그 선택의 폭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글 글자꼴의 경우 디자인에 대한 저작권이 보장되지 않기에, 글자꼴 디자인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이 현실적인 한계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안 교수는 “현재 글꼴 창작은 그 자체로는 저작권법으로 보호되지 않고, ‘폰트’라는 형식으로 소프트웨어법으로 보호되고 있을 뿐이다. 이 같은 불합리한 제도적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 한 한글꼴 개발의 미래는 매우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자가 모든 국민이 사용하는 공공재이기에 저작권법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일부 시선이 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국가가 주체가 되어 한글꼴 개발을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한글은 알파벳 등에 비해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상대적으로 소수의 언어 공유 집단에서만 통용되는 문자이기에 더욱더 적극적인 국가적 차원의 보호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여 지적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