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9일 개관하는 국립한글박물관의 상설 전시관 모습. 국립한글박물관 제공

“한국인이라면 한글 창제 과정을 다 아는 것 같지만 실제 그렇지 않습니다. 이제까지 한글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는지를 제대로 보여볼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니 부끄러운 일입니다.”

9일 한글날에 개관하는 국립한글박물관(관장 문영호)의 개관위원인 강병인(사진) 멋글씨(캘리그래피·글자를 아름답게 쓰는 기술) 작가. 그는 8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글박물관은 한글의 시작과 흐름, 세종대왕의 창제 이후 근대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단순히 한글과 관련된 자료와 기록들이 보존, 전시되는 곳이 아니라 한글을 갖고 즐길 수 있는 교육공간, 놀이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옆에 자리한 한글박물관은 연면적 1만1322㎡,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로 1층에는 한글누리(도서관), 2층에는 상설전시실, 3층에는 기획전시실, 어린이를 위한 한글놀이터, 외국인을 위한 한글배움터 등이 마련돼 있다. 개관에 맞춰 기획전시실에서는 한글을 창제해 우리 문화의 기틀을 세운 세종대왕을 주제로 한 ‘세종대왕, 한글문화 시대를 열다’전이 마련되고, 상설전시관에서는 한글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생각하는 ‘한글이 걸어온 길’이 열린다.

박물관 로고작업에도 참가한 강 위원은 “특히 아이들이 와서 한글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배울 수 있는 공간, 또 외국인들에게 한글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며 “특히 세종대왕이 백성들을 위해 한글을 창제했듯이,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고, 재미있게 참여하는 놀이의 공간으로 운영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글 캘리그래피 작업을 해온 멋글씨 작가답게 강 위원은 이 박물관에서 아이들이 한글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는 예술적 경험을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광고회사에서 일하다,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한글 멋글씨 작업을 해온 그는 초등학생 때 서예를 통해 한글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고, 중학생 때 교과서에서 추사 김정희 선생을 만난 후 한글 서예가의 길을 가겠다는 꿈을 갖게 됐다고 한다.

드라마 타이틀, 참이슬, 산사춘 등 상업 캘리그래피 작업도 병행해온 그는 “한글의 뜻, 느낌, 말이 가진 소리, 형태를 글씨 속에 담아 드러내면 한글의 글꼴은 더 다양하고 아름답게 보인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한글 글꼴을 시험해 왔다”고 한다.

그는 최근 ‘한글 세움 프로젝트’에 몰두하고 있다. 말 그대로 한글을 평면 글자가 아니라 입체로 세워보는 작업이다. 예를 들어 꽃이라는 글자를 평면이 아닌 입체로 만들면 꽃의 의미가 더욱 분명하고, 그 느낌이 즉각적으로 다가온다고 한다. 즉 꽃이라는 글자를 입체로 세우면 모음 ‘ㅗ’는 가지요, 초성 ‘ㄲ’은 꽃잎과 이파리가 되고, 종성 ‘ㅊ’은 뿌리임이 자연스레 드러난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글은 이처럼 우리의 몸과 우리의 자연에 맞게 만들어진 글이라며 기록과 소통으로서의 문자뿐 아니라 한글의 디자인과 예술적 가치를 한층 끌어올려낼 때 더 아름다운 한글 문화를 꽃피울 수 있다며 “한글박물관은 이 같은 한글의 가치를 잘 지키고 피워내라는 엄숙한 명령”이라고 밝혔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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