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신국희(왼쪽) 폴리곤게임즈 대표가 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무실을 방문한 유승엽(앞줄 오른쪽 두번째) 하나은행 테헤란로지점장 등에게 사업 현황과 계획 등을 설명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200억 원의 막대한 개발비를 쏟아 가면서 개발해온 대작 온라인게임 ‘아스타’를 막 세상에 내놓게 된 상황에서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었죠. 그런데 정말 뜻밖에도, 엄두도 내지 못했던 제1금융권으로부터 유리한 조건으로 투자를 받게 된 덕분에 고비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창업 후 5년 동안 온라인게임 개발에만 매진해온 신국희(40) 폴리곤게임즈 대표는 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상기된 표정으로 내년 초 중국 서비스 시작 등 향후 계획을 빠르게 설명해 나갔다. 신 대표는 “국내에선 이제 막 서비스를 시작했고, 내년에는 중국·동남아·북미 등에 진출하려고 한다”면서 “급성장 중인 모바일게임 개발도 시작해 2, 3팀을 가동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개발 기간이 길어지면서 신 대표는 ‘마라톤의 반환점’을 눈앞에 두고도 늘 개발비 문제로 마음을 졸여야 했다.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고 판권을 팔아 선 계약금으로 개발비를 충당해 온 것도 한계점에 이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신 대표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은 하나금융그룹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민·관 상생펀드 ‘스타트업 윈윈펀드’로부터 2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였다. 기술 중심의 신생회사 육성과 단계별 맞춤 지원을 목표로 정부와 금융회사, 정보기술(IT) 기업 등이 420억 원을 출자한 이 펀드가 지난 7월 결성된 직후였다. 이때부터 자금 문제가 슬슬 풀리기 시작했다.

때마침 유승엽(47) 하나은행 테헤란로지점장이 ‘기술형 창업지원 대출’ 상품 설명서를 들고 신 대표를 찾아왔다. 유 지점장은 “스타트업 윈윈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았다는 것은 이미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검증받았다는 의미”라면서 “담보 대출에 준하는 낮은 금리로 10억 원의 기술신용 대출을 지원받는 방안을 소개하기 위해 사무실을 찾았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창조경제의 주역인 ‘히든 챔피언’을 육성하기 위한 기술형 중소기업 지원 방안을 대대적으로 추진할 채비를 하고 있었다.

특히 하나은행은 지난 7월 심사부 안에 기술신용정보 심사팀을 설치한 이후로 기술신용평가에 기반한 기술금융 지원 규모를 확대해 오고 있는 중이다. 8월 ‘하나 중소기업 행복나눔 대출’, 9월 ‘하나Tech론’ 등 관련 대출 상품을 출시하고, 대상기업에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8월 말 현재 하나은행의 기술신용평가 기반 대출 건수는 127건, 금액은 1004억 원을 기록했다. 이 중 은행자율대출 건수는 47건(474억 원)으로 시중은행 중 가장 많았다.

9월에는 기술금융, 모험자본투자 등 창조금융을 전담하는 ‘창조금융지원센터’를 신설했다. 담보 중심의 중소기업 대출 관행을 탈피하고 기술신용 평가 기반의 대출을 늘리기 위한 취지다.

하나은행은 관계형 금융도 강화한다. 기업과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지분투자를 하거나 3년 이상의 장기대출을 지원하고, 경영컨설팅 등 비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내용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9월 17일에는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신용보증기금충청영업본부와 기술금융 지원협약을 체결했다. 기술력과 성장잠재력이 높은 우수기술창업기업을 발굴해 기술금융지원을 통해 창업성공률을 높이고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협력한다는 내용이다.

하나은행은 향후 지속적으로 기술신용정보를 활용한 우수 기술 보유 중소기업에 대해 기술금융부문, 관계형금융부문, 벤처투자부문 등 금융지원을 체계화할 방침이다. 예비창업자·초기창업자 등을 대상으로 ‘하나 파이낸셜데이’를 매달 운영하고, 분기마다 ‘금융분야 스타트업 교육’을 실시키로 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앞서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지난 8월 5일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 창조금융 활성화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