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에 국내 신용평가사가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기업의 수가 등급을 상향 조정한 기업의 수를 크게 상회하면서, 신용등급이 떨어진 기업의 비율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우리금융경영연구소와 한국기업평가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용등급이 상향된 기업의 수를 하향된 기업의 수로 나누는 신용등급 상하향 비율은 0.27배를 기록,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종별로는 해운과 항공 등 운송 업종과 건설 업종의 하향이 두드러졌으며 상향 조정된 업종은 음식료, 전기·가스 업종 등에 고르게 분포돼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 신용도 하향 조정이 가속화됨에 따라 투자등급(BBB 이상) 회사채 비중 역시 80%대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한국신용평가가 분석한 투자등급 회사채 비중은 지난해 초 91.6%였지만 지난 9월 29일에는 89.4%로 떨어졌다. 한국기업평가가 분석한 투자등급 회사채 비중도 같은 기간에 90.0%에서 88.0%로 하락했다.

이처럼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기업 실적 악화에 따른 것으로 앞으로의 실적 전망과 재무구조 추이를 고려했을 때 향후 기업 신용도 하락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국내 상장사 중 3년 연속 영업이익이 감소하거나 적자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의 비중이 올해 2분기 16.2%를 기록, 과거 평균인 14.2%를 상회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석원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등급 전망이 ‘부정적’인 기업을 중심으로 추가 신용등급 하락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