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低 대책’ 내용과 배경… 역발상으로 ‘일석삼조’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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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低)를 투자 확대의 기회로 삼자!’

정부가 10월중으로 ‘엔저 대응을 위한 종합대책’(가칭)을 내놓기로 한 배경에는 엔화 가치의 하락이 불가피하다면 부작용을 막기 위해 수동적으로 전전긍긍하지 말고 긍정적인 측면을 적극 활용해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유도하겠다는 ‘역발상 전략’이 깔려 있다. 이 같은 역발상 전략은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도하고 있다.

정부 고민의 기저에는 원·엔 환율의 하락을 직접 막을 수 있는 ‘특효약’을 찾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원·엔 환율은 한국 원화와 일본 엔화가 직접 시장에서 거래되면서 결정되지 않고, 엔·달러 환율과 원·달러 환율을 통해 간접적으로 계산되는 ‘재정환율’(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통화의 교환 비율)이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너무 가파르게 내려올 경우(원화가치 급등)에는 외환 당국이 속도 조절을 위해 시장에서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이라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엔·달러 환율의 상승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원·엔 환율의 급락(일본 엔화에 대한 원화 가치의 상승)을 막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은 찾기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정부는 원·엔 환율의 추세적 하락을 막을 수 없다면 엔저로 한층 수입가격이 저렴해진 일본 시설재 등을 도입해 설비투자에 나서는 기업에 대해 세제·금융상의 지원을 강화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펼치기로 했다. 지난 8월 전월 대비 -10.6%를 기록, 2003년 1월(-16.1%) 이후 11년 7개월 만에 최저치까지 추락한 설비투자를 늘리면서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폭을 줄이고, 국내에서 외화가 빠져나감에 따라 원화가치 상승 압력도 완화시킬 수 있는 ‘일석삼조(一石三鳥)’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대책으로 안 그래도 높은 시설재 수입의 일본 의존도를 더욱 심화시키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로서는 우리나라의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흑자가 과도해 원화가치 상승 압력을 받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기 때문에 당분간은 그런 우려를 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5∼6%에 달해 외환보유액이 급격하게 늘면서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으로부터 “원화의 가치를 더 높여야 한다”는 유·무형의 압박까지 받고 있다.

정부는 외국으로부터 들여오는 관세에 대한 감면 혜택과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을 통해 설비투자 자금을 저리에 공급하는 방안을 확대하는 대책 등을 검토하고 있다. 기업을 대상으로 관계 부처 합동설명회도 열고, 수출·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도 늘릴 계획이다. 아직까지 환변동에 따른 리스크(위험) 관리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환변동 보험료 일부를 감면해주고, 환위험 관리 컨설팅과 교육 등도 강화할 예정이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국내 기업이 엔저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극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총력 대응체제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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