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 가치의 하락(엔저)이 심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엔저를 활용해 설비투자에 나서는 기업에 대한 세제·금융상의 지원을 강화키로 했다. 특히 환(換) 리스크 관리 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수출·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정책 자금 공급을 확대하고 환위험 관리 지원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1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는 이 같은 내용 등을 담은 ‘엔저(低) 대응을 위한 종합 대책’(가칭)을 이달 중으로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최근과 같은 엔저 현상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되면 수출과 성장이 위축되고 국내 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등 부작용이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관계 부처 합동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엔저 상황에서 수입가격이 저렴해진 일본의 기계류나 장치, 공장 설비 등을 국내로 들여와 설비투자에 나서는 기업에 대해 과감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에서 파생되는 원화절상 압력 등 각종 부담을 완화하는 차원에서 혜택을 제공하는 대상 국가도 일본에 국한하지 않고 여타 국가들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해외에서 시설재를 수입하는 기업에 대한 관세 감면 혜택을 확대하는 한편, 시설재 수입을 통한 설비투자 자금이 필요한 기업에 대해서는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을 활용한 저금리 외화 대출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 부처 합동으로 기존 정책과 새로운 대책을 기업에 원스톱으로 알려주는 ‘엔저 극복을 위한 정부 부처 합동 설명회’(가칭)도 10월 중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일본 엔화 가치가 속락하면서 1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당 엔화환율이 장중 110엔대를 돌파했다. 엔·달러 환율이 110엔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08년 8월 이후 6년 1개월 만이다.

조해동·박수진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