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은행도 최근 일본 엔화 가치의 ‘날개 없는 추락’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정부 내에서 우려를 표명하고 나서는 인사들의 ‘레벨(수준)’도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은 총재 등 최고위급이다. 사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엔·달러 환율과 원·엔 환율의 움직임에 대한 모니터링(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최 부총리가 지난 22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가 끝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에게 일본의 양적완화 속도가 너무 빨라 속도 조절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최 부총리는 “(일본의 양적완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에 대해) 중국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를 만나서도 이 같은 주변국들의 우려를 직접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원·엔 환율이 우리 수출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줄었다는 분석 결과도 있지만, 최근 상황을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며 “엔화의 가치하락이 1년 반 동안 장기적이었고, 추가 하락이 나타나면 우리 경제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엔화 가치의 하락세가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아직까지는 국내 기업이 그럭저럭 버티고 있지만, 엔화의 가치가 추가 하락할 경우 한국 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되면서 경제성장률, 물가, 경상수지, 고용 등 거시경제 지표 전반에 엄청난 타격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