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4일 내놓은 상가 권리금 보호 대책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상가를 빌린 사람(임차인)의 권리금을 보호하는 정책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상가 권리금은 변변한 통계조차 없이 정책의 ‘사각지대’로 방치돼 왔다.

우리나라 상가 권리금 시장 규모는 약 33조 원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이 중에서 임대인의 방해로 임차인이 권리금을 떼일 가능성이 있는 규모만 해도 약 1조3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임대인의 소유권만을 우선해 임대인의 의사로 임차인의 영업이 순식간에 폐지되는 불균형과 불공정 행위를 초래해 왔다고 판단하고 있다. 상가의 ‘소유권’과 ‘영업권’을 조화시키기 위한 입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외국 사례를 봐도 영국·프랑스 등 주요국의 경우 임대차 계약이 종료될 때 임차인이 형성한 영업 가치 등을 임대인이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법무부는 밝혔다.

그러나 국내에 도입되는 방식은 영국이나 프랑스처럼 임대인이 직접 권리금을 보상하는 것이 아니라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임대인에게 협력 의무를 부과하고, 임대인이 회수를 방해할 경우 임차인에게 손해배상청구권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건물주(임대인)가 바뀔 경우에도 임차인이 5년간 계약 기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은 서울의 경우 환산 보증금이 4억 원 이하일 경우에만 보장해 왔다. 그러나 임대인의 권리도 보호하기 위해 임차인이 월세(차임액)를 내지 않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상가를 빌린 경우 등에 대해서는 임대인이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임대차 분쟁을 줄이기 위해 상가임대차 및 권리금 표준계약서도 도입키로 했다. 그러나 표준계약서 사용을 의무화할 경우 이중계약서를 작성하거나, 음성적 권리금 거래가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강제 조항으로 규정하진 않기로 했다.

임대인과 임차인 간에 권리금에 대한 분쟁이 발생할 경우 분쟁조정위원회의 의뢰를 받은 전문기관(한국감정원)이 국토부가 새로 만드는 권리금에 관한 고시 기준에 따라 해당 점포의 적정 권리금을 산정하게 된다.

전문기관의 적정 권리금을 참고로 분쟁조정위가 최종 결정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임대인이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는 소송을 하게 된다. 다만 분쟁조정위의 최종 결정에도 불구하고 임대인이 소송을 할 경우 법정에서 매우 불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에서는 “임대인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법무부는 “임대인의 소유권과 임차인의 영업권이 조화를 이룬 방안이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방안에 따르면 임대인이 자가(自家) 등 비영리 목적으로 1년 이상만 사용하면 다른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받고 다시 상가를 임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임차인 보호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