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 파워’라는 말이 있다. 영화계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이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노출되는 드라마와 달리 영화는 관객이 직접 티켓을 사서 관람하기 때문에 주연배우의 면면이 중요하다. 그들의 연기력과 작품 보는 안목을 믿고 지갑을 여는 관객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충무로에서 주연배우들의 티켓 파워는 곧 몸값으로 이어진다. 한국 영화는 연간 관객 1억 명 시대를 열만큼 성장했고 배우들의 몸값 역시 크게 뛰어올랐다.

일단 출연을 결정하기만 하면 투자와 배급이 따라오는 톱A급 배우로는 송강호, 김윤석, 이병헌, 하정우, 장동건을 들 수 있다. 최근 1년 사이에는 최민식, 류승룡, 황정민이 이 대열에 합류했다. 그들은 편당 6억∼7억 원에 이르는 개런티를 받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인센티브가 붙는다. 방식은 두 가지다. 손익분기점이 넘으면 추가 관객당 50∼ 100원씩을 받거나 전체 흥행 수익의 5∼6%를 인센티브로 챙긴다. ‘명량’이 최종 관객 1800만 명을 모으고, 주연배우 최민식이 출연료 6억 원에 관객당 50원의 러닝개런티를 받는다 가정하면, 손익분기점인 600만 명을 넘어선 관객(1200만 명)당 50원씩 받아 6억 원의 러닝개런티를 받는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명량’ 한 편으로 최소 12억 원 이상의 수익을 낸 셈이다. 수익의 5%를 받는 방식이었다면 총 매출에서 극장 수익과 제작비, 부가세, 배급수수료 등을 제한 투자배급사와 제작사의 몫인 약 400억 원 가운데 5%인 20억 원과 출연료 6억 원을 더해 26억 원가량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영화 제작자는 “몇 년 전까지 만해도 톱A급 배우의 경우 출연료 5억 원에 수익의 5%를 가져가 ’5+5‘라는 말이 있었는데, 영화계 파이가 커지면서 요즘은 출연료 7억 원에 수익의 7%, 즉 ’7+7‘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배우가 지나치게 많이 가져간다는 지적도 있지만 티켓 파워를 무시할 수 없는 충무로에서 그들을 섭외하기 위해 투자사와 제작사는 기꺼이 지갑을 연다”고 말했다.

여자배우들의 몸값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충무로에서 가장 각광받는 여배우인 하지원과 전지현, 손예진 등이 4억∼5억 원을 받고, ‘칸의 여왕’ 전도연과 한효주 등의 편당 출연료가 3억∼4억 원 선이다. 여자배우들은 남자배우들처럼 지분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투자배급사 CJ E&M 관계자는 “여자배우들은 남자배우들에 비해 티켓 파워가 약한 편이다. 시나리오 역시 남자배우 위주로 쓰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자배우들의 몸값 상승에 한계가 있다”며 “여자배우를 주연으로 삼은 영화는 투자배급의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아 ‘대작’이라 불릴 만큼 막대한 제작비도 투입되지 않기 때문에 개런티도 남자배우에 비해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