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각종 규제 개혁을 국정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 빗장을 속속 풀면서 신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규제 개혁으로 기업들도 경쟁력이 한층 강화되면서 수출은 물론 고용의 연쇄적인 효과도 낳고 있다.

◆ 입주 불허 규제 풀었더니 = 23일 대구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8월 달서구 성서산업단지내 휴대전화 카메라렌즈 가공업체인 ㈜TPS가 요구한 비금속원료인 희토류(세륨) 원료재생업을 허용했다. 원료재생업은 산업원료를 재사용하는 것으로 성서산단은 ‘대구성서산업단지관리 기본계획’에 따라 원료를 폐기물(물과 세륨 분말)로 폐기토록 하고 원료재생업 관련 업체 입주나 설비 증설은 불허했다.

박준우(47) TPS 연구소장은 “원료 재생업 허용으로 내년부터 당장 연간 100억 원의 매출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TPS와 유사한 처지에 있던 178개 업체도 사업 영역 다각화가 가능해졌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들 업체도 관련 설비 증설을 위한 투자 움직임이 활발해 1000억 원의 수출·수입대체 등의 효과와 170여 명의 고용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시 제일약품은 추가 공장 조성을 하기로 했으나 수도권 규제에 따른 면적과 단지 조성의 상충된 규제에 묶여 있었다. 그러나 경기도와 국토교통부가 규제를 풀자 업체측은 660억 원을 들여 공장조성을 재개해 100여 명의 고용효과도 낳았다. 산업단지 관리계획 변경으로 놓칠 뻔한 외국인 투자기업을 붙잡은 경우도 있다.

경남도와 진주시는 협소한 공장 부지와 시설 노후화 등으로 2013년 12월부터 중국, 베트남 등으로 이전을 추진중인 진주 상평공단의 재일교포 투자기업인 ㈜신흥이 진주 사봉산단에 입주토록 하고 산업단지 관리계획을 변경했다. 이를 통해 경남도는 이 업체로부터 160억 원의 공장 신설과 기존 상평공단 공장 시설개선에도 100억 원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 건폐율 완화하고 용적률 높였더니 = 대구시는 달성군에 위치한 산업단지인 테크노폴리스지구 업체들의 요구로 공장 용지 건폐율을 당초 70%에서 80%로 완화했다. 이 결과 공장 증설가능 건축면적이 158만9000㎡에서 추가로 15만여㎡ 정도 늘어나 업체들은 건축물을 크게 짓고 공장 설비를 증설하는 일석이조의 도움을 받게 됐다. 대구시 관계자는 “건폐율을 10% 완화하자마자 기업체의 입주 문의가 이어졌다”며 “2500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도 낳는 것으로 추산됐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 냉동·냉장 쇼케이스 부품 및 제품을 생산하는 세대산전은 ‘기업 활동 규제 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농업진흥지역에 공장 증설이 가능해졌으나 건폐율 20% 제한을 받았다. 이로 인해 영국 테스코사에 157억 원의 수출계약을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설비를 증설하지 못해 주문량의 14%만 소화했다. 이에 경기도 등이 건폐율을 40%까지 완화하면서 주문량의 60% 이상을 자체 생산하는 것은 물론, 수출증대 효과도 낳고 있다. 이 조치로 경기 광주시의 누들트리, 한서마이크로 등 5개 업체가 추진중인 공장 증설도 가능해졌다.

부산시도 최근 210∼260%였던 경관관리구역, 주거관리구역, 주거정비구역, 개발유도구역 등의 용적률을 일괄적으로 10%씩 상향 조정했다. 부산시는 이 같은 용적률 상향으로 오랫동안 중단됐던 재개발구역의 정비사업 활성화로 5000여 명의 고용 효과와 1조 3000억 원의 경제유발 효과를 낳을 것으로 추정했다.

대구시 관계자는“창조경제 실현의 지름길이 규제 개혁인 만큼 기업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들을 과감히 걷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