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세월호특별법 관련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기소권을 줄 수 없다”고 발언한 뒤 초·재선 의원 중심으로 새누리당에서는 ‘청와대가 협상을 더 꼬이게 한다’는 불만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찻잔속 태풍’으로 끝나버렸다. 한 의원은 “앞으로도 공개적으로 박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비판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야당에 폐쇄적 끼리끼리 문화가 고질병이라면 집권여당에 소통 부재에 따른 상명하달식 ‘당·청 관계’는 숙명처럼 따라다니는 딜레마다. 3권 분립의 영역에서 입법부는 본질적으로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지만, 집권여당은 또한 정부와 ‘운명 공동체’로 정부 정책을 적극 뒷받침하는 임무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이 같은 딜레마 속에서 역대 집권여당들은 지나치게 정부와 각을 세우다 결국 자신들이 만든 정권의 ‘레임덕’을 촉발시키는가 하면, 반대로 정당과 국회의 역할을 망각하고 행정부의 ‘거수기’로 전락해버리기도 했다.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 역시 이 같은 당·청 관계의 딜레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지 1년반이 지났지만 여전히 당·청 관계는 ‘불통’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 새누리당 초선 의원은 19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황우여 전 대표 체제에서는 청와대와 정부가 뭐라 하기도 전에 당이 알아서 긴 측면이 강했다면 김무성 대표 체제에서는 정부에서 낸 법안, 청와대에서 내려온 지시는 아무런 이견 없이 처리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국가채무, 담뱃값 인상, 쌀 관세율 등 일부 현안과 관련해서는 당내 ‘파열음’이 나오고 있지만 이 역시 당이 청와대와 정부의 결정에 뒤늦게 이견을 내놓는 수준일 뿐, 당·청 관계가 유기적으로 꾸려지는 인상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