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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에서 ‘연판장’ 정치는 일상화되다시피 했다. 예민한 사안만 나오면 설명이나 해명을 듣기보다 생각이 같은 의원끼리 모여 성명을 발표하고 연판장을 돌리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1980년대 운동권 학생들이 대자보를 통해 이념논쟁을 벌인 것이 연상될 정도다.

연판장은 기본적으로 다수의 힘으로 뜻을 관철하겠다는 뜻이어서 소통보다는 투쟁의 수단이다. 의원들이 당을 상대로 투쟁을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카카오톡(카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역시 목소리가 큰 강경파들이 득세하면서 소통을 강화하기보다는 단절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11일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가 새정치연합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된다는 언론보도가 나가자, 의원 54명은 이 명예교수 영입을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도부의 설명을 듣거나 상황을 더 파악하기보다는 일단 반대부터 하고 보자는 것으로 비쳐졌다. 이후 새정치연합에서는 박영선 원내대표의 당직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들도 줄을 이었다.

7·30 재·보궐선거에서는 연판장 정치가 공천을 엉망으로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측근인 금태섭 전 대변인을 서울 동작을 지역에 전략공천 하려 한다는 소문이 돌자, 의원 31명은 공동성명을 내고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86 출신 의원들은 ‘올드보이론’ 을 내세우며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과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등의 공천에 반대하는 연판장을 지도부에 전달했다. 이 연판장들은 공천파동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세월호특별법 1차 합의 이후에도 합의안에 반대하는 성명이 의원총회 직전에 발표됐다. 강경파 의원들이 ‘연판장’ 정치로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려는 모습을 계속 보이자, 급기야 중도 성향 의원 15명이 장외투쟁을 반대하는 성명을 박 원내대표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의원은 19일 “연판장 정치는 소통을 가로막을 뿐 아니라 국민들에게 ‘싸움질’하는 것으로 비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비판했다.

SNS 역시 소통보다는 불통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원 카톡방은 의원 간 의견 교환을 활발하게 하는 등의 순기능도 했지만, 일부의 목소리가 분위기를 좌우하면서 여론을 왜곡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 재선 의원은 “다른 목소리를 내 봐야 이상한 사람 취급만 받기 때문에 글을 올리지 않는다”며 “소통을 오히려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트위터, 페이스북에 올리는 글 역시 소통의 장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전체 유권자가 아닌 특정 정치인의 팬 또는 야당 지지층이 주 ‘독자’이다 보니 일방적인 주장만 펼치는 경우가 적지 않고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결론을 국민 여론으로 인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