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자율형사립고등학교가 참석하지 않아도 청문 절차를 강행하겠다고 밝히자 교육부는 청문 결과 역시 협의 대상으로 삼지 않겠다며 맞서고 나섰다. 시교육청이 자사고에 예고하지 않았던 지표를 추가해 지정 취소를 결정하고, 그에 따른 청문 절차 역시 자사고 참여 없이도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시교육청은 혁신학교의 경우 해당 학교의 의견을 반영해 오는 10월 재지정 평가 방안을 발표할 계획을 세우는 등 이중적인 기준을 적용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자사고 종합평가 점수에 미달한 8개교에 대한 청문이 오는 26일부터 10월 1일까지 진행된다. 청문은 초·중등교육법시행령에 따라 행정처분 대상학교가 처분의 부당함을 주장할 수 있는 절차다. 현재 자사고는 청문 등 모든 절차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인데, 시교육청은 이 경우 자사고 없이 외부 법률 전문가 4명이 청문을 진행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에 교육부 관계자는 “서울의 자사고 평가는 교육감 재량권을 남용한 평가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결정했기 때문에 청문 자체가 무의미하며, 청문 결과를 제출받는 과정도 생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교육청은 조희연 교육감의 공약인 혁신학교 정책에 있어서는 자사고와 달리 혁신학교의 의견을 존중해 재지정 평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혁신학교 재지정 방안에 대해 교사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지난 15일 ‘혁신학교 운영 및 재지정 정책 방향 모색을 위한 교원워크숍’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많은 교사들은 재지정 여부를 결정할 때 교사 동의율을 가장 큰 지표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2015학년도에 지정이 완료되는 혁신학교는 총 29개교다.

워크숍에 참여한 한 혁신학교 교사는 “혁신학교는 교사들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교사들이 재지정을 원하는지를 묻는 교사 동의율을 재지정의 가장 주요한 지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재지정을 신청하는 학교의 경우 일정 서류를 제출하게 한 후 이를 평가해 재지정을 결정할 계획인데, 서류는 아마 큰 틀에서 학교 구성원 동의율, 운영 성과, 향후 계획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사고의 경우 지난 6월 이뤄진 평가 외에 자사고 동의 없이 추가 평가를 강행했고, 100점 만점에 15점이었던 학생·학부모·교사 등 구성원 만족도를 10점으로 축소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