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파인리즈골프장 파인코스 4번 홀 페어웨이에서는 멀리 병풍처럼 펼쳐진 설악산의 울산바위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파인리즈골프장 제공

솔밭의 화려한 변신이었다. 강원 고성군의 파인리즈골프장은 다른 골프장에서 찾을 수 없는 몇 가지가 눈에 띈다. 그날 동반한 송유진 캐디는 이곳에서만 9년째 근무해온 베테랑이었다.

그녀에게 파인리즈의 좋은 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한참을 설명했다. “페어웨이에는 맥반석을 깔았어요. 소나무가 좋지요. 잔디도 좋고요. 공기도 맑지요. 코스도 좋고요. 지하에서 곧바로 나온 우리나라의 온천수 가운데 섭씨 40도가 넘는 곳이 5% 미만인데, 이곳의 온천수 온도는 섭씨 41도에 가깝답니다. 진짜 천연 온천수랍니다. 무엇보다도 파인리즈의 캐디는 남자든 여자든 거의 모두가 티칭프로 자격을 가지고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이지요.”

그랬다. 골프장 주변은 온통 소나무 숲이다. 조지 크럼프가 미국 필라델피아 인근에 파인밸리골프장을 조성할 때 너무 많은 소나무 탓에 골프장 조성을 포기하려 했다는 일화가 있다.

국내의 많은 골프장에 심어진 소나무들은 외부에서 가져와 심어 놨지만 이곳은 원래 솔밭이었다. 이 골프장 오너인 김재봉 회장이 골프장을 조성하면서 오히려 부지 내에 있던 소나무를 팔아 골프장 조성비로 활용했을 정도라고 했다.

파인리즈의 자랑거리 중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는 거의 모든 홀에서 ‘외설악’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왼쪽에서부터 권금성을 시작으로 대청봉과 중청봉, 공룡능선의 웅장하고 현란한 봉우리들이 마등령에 이르기까지 병풍처럼 펼쳐진다. 이런 풍광을 배경으로 눈앞에 펼쳐지는 울산바위의 위용은 설악산을 직접 등산하면서 볼 때와는 전혀 다른 감동을 준다. 외설악의 모습을 보면서 라운드를 하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는 듯했다. 대리석으로 장식한 웅장한 클럽하우스를 나오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리즈코스, 파인코스, 레이크코스 순으로 27홀이 배치돼 있다. 그중에서도 레이크코스 8번 홀에서 9번 홀에 이어지는 연못과 벙커의 모습은 압권이다. 골프장 내 숙박시설인 골프텔들도 레이크코스 9번 홀의 연못 건너편에 배치해놓았다.

파인리즈에서 맛볼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은 600m가 넘는 파5홀이 2개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최근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골프장 설계가들의 추세를 보면, 파4홀은 대부분 450야드를 넘나들 만큼 길게 하고 파5홀은 투온이 가능하도록 짧게 설계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프로들이 파5홀에서 버디를 잡지 못하게 되면 우승을 넘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리즈코스 8번 홀(610m)과 레이크코스 9번 홀(630m)은 웬만한 주말골퍼는 세 번만에 온그린이 힘들고 네 번만에 올려도 미소를 머금을 만큼 가치 있는 홀이다.

하지만 플레이를 하면서 아쉬운 점도 있었다. 하나는 바다가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아마도 연못과 벙커를 크게 만든 것은 인근에 바다가 있음에도 바다가 보이지 않는 흠을 보충하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는 고압선이 몇몇 홀들을 지나고 있어 빼어난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여름엔 기온이 높고 겨울엔 따뜻하기는 하지만 눈이 내리면 폭설이 와서 휴장기간이 긴 게 흠이라고 했다.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