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특별법 논란은 ‘전문가집단-언론-정당-지지국민-시민단체’의 순으로 선동이 이루어진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런 선동의 구조 안에 ‘단원고 유가족 모임’이 자리 잡은 모양새입니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28일 오전 ‘세월호에 갇힌 대한민국, 출구는 있는가’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세월호특별법 논란을 사회적·정치적 병리 현상으로 해석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홍성기(기초교육대학) 아주대 교수는 “‘유민 아빠를 살립시다’라는 감성적인 구호가 이번 사태에 자리잡고 있다”며 “과학적 규명은 설 자리를 잃고, 독점된 정의와 증오가 남았다”고 지적했다. 유호열(정치학) 고려대 교수는 “여야 합의를 두 번이나 파기하고 3자 협의체라는 변칙적 주장을 내세우며 장외투쟁에 돌입한 야당은 스스로 의회정치를 훼손하고 있다”며 “농성에 동조하는 일부 야당 의원들의 행태는 모든 사안을 대통령의 통치권으로 치환함으로써 민주국가의 본질을 스스로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월호특별법 논란이 다분히 정치적 의도를 띠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홍 교수는 “특별법이 진실 규명을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 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수사에 더 큰 목적을 둬 권력투쟁의 의도가 엿보인다”며 “진실 규명은 수사·기소권과 다른 성질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홍 교수에 따르면 대형 사고는 법적으로 책임을 묻기 어려운 작은 요인들이 우연히 겹칠 때 발생하므로 법적 처벌만으로 규명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올바른 진실 규명을 하고 싶다면 가치중립적인 전문연구기관의 광범위한 ‘조사’와 ‘백서편찬’이 수사보다 우선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지난 1998년 100여 명이 사망한 초고속열차 사고에서 독일 당국이 어떻게 대응했는지 참고할 만하다”며 “8개월간 연구기관이 조사를 했고 이를 바탕으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해 4년 만에 재판이 열렸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