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개선책 일환으로 올해 처음 도입하려던 분리국감이 세월호특별법 정국 파행에 막혀 무산되면서 국정감사 개혁론이 쏟아지고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첫 분리국감 불발사태, 국정감사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긴급토론회에서는 현행 국감제도를 격년제로 바꾸거나 국회 상임위원회를 상설화하는 등 다양한 개선책이 제시됐다. 전문가들은 매년 10월에 20일 기간을 정해 600개가 넘는 기관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감사하면서 증인을 불러내 창피를 주거나 국감장을 정치쇼 장으로 활용하는 구태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주제 발표에 나선 이관희(법학) 경찰대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국감대상 기관은 628개로, 1997년(300여 개) 국감때의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국회 상임위당 하루에 4∼6개 기관을 감사해야 하고, 의원 1인당 질의 시간은 20여 분에 불과했다. 또 지난해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기업인은 196명으로, 2012년(164명)보다 32명이 많았고, 2011년(80명)과 비교해 보면 2.5배 가량으로 늘어났다. 당시 국감장에 나선 기업인들은 하루 종일 의원들의 질문을 받기 위해 대기했지만 실제 답변 시간은 1인당 1분도 되지 않았다.

이 교수는 “국감은 20일 동안 진행되지만 주말과 휴일을 제외하면 실제 기간은 15일에 불과하다”며 “짧은 시간에 몰아치기 국감을 하다 보니 호통형 질의, 묻지마 폭로 등 인기영합적인 한건주의와 수박 겉핥기 부실국감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특히 “국감은 국가·지방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데, 민간 기업인들을 불러놓고 기업에 엄청난 관폐를 끼치고 있다”며 “정작 국감을 받아야 할 곳은 국회”라고 비판했다. 전세계에서 기간을 정해 놓고 국회에서 국정 전반을 감사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토론자로 나선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은 “민간 부문에서 일어나는 행위들은 그 감독권을 가진 행정부를 통해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이 정당하다”며 “의회가 민간인들의 행위에 대해 견제와 감시를 하겠다면 이는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감이 입법부의 행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라는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나 ‘정치쇼’ 장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국정원 댓글 사건, 북방한계선(NLL) 대화록 논란,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 공약 파기 여부 등 정치공세가 핫이슈로 작용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에는 국감의 90% 이상이 정치공세에 이용된 정치국감이었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국감 제도 개선과 관련, “의원들이 국정감사라는 특권을 내려놓고, 상임위 활성화 등을 통해 국정을 감시·견제해야 한다”면서 “보완책으로 감사원의 감사청구를 이용하거나 국정조사 발동권을 재적의원 4분의 1로 완화해 활용하는 방안 등이 있다”고 말했다.

이현출 국회 입법조사처 심의관은 “국정감사 대상 기관을 축소하고, 매년 실시하는 것을 격년제로 바꾸는 것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국정감사 때에도 국정조사처럼 전문가 등을 이용하는 예비조사를 실시해 심도있는 감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병권 기자 yb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