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정부와 정치권이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 나누기 작업을 추진하는 가운데 근로시간 단축이 각 사업장의 인력 부족을 심화시키고 근로자들의 임금을 감소시킬 것이란 분석 결과가 나왔다.

특히 소규모 사업장들의 경우 대기업보다 인력난 규모가 4배에 달할 우려가 있는 만큼 근로시간 단축 논의시에 이들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5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2012)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현행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할 경우 전체 사업장에서 약 54만7000명의 인력이 부족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이 가운데 300인 이하 사업장에서 44만여 명의 인력 부족이 발생하고,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인력 부족이 10만7000여 명에 그칠 것으로 추산됐다. 소규모 사업장의 인력 부족 예상치가 300인 이상 사업장의 4배 이상에 달하는 셈이다.

각 사업장 규모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대규모 사업장과 소규모 사업장의 인력부족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국내 전체 사업장의 인력 부족률은 현원 대비 3.9%지만, 근로시간을 단축할 경우 16.5%로 확대된다.

특히 300인 이상 사업장의 인력 부족률은 근로시간 단축 후 14.0%로 전체 평균을 밑돌 것으로 전망되지만, 10∼29인 사업장은 16.7%, 30∼99인과 100∼299인 사업장은 각각 17.8%로 중소기업 사업장이 인력 부족의 직격탄을 맞게 된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인력부족이 발생하는 이유는,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요구학력 및 자격지원자 부재(30.9%)와 요구경력 지원자 부재(21.9%) 등으로 사측에서 원하는 수준의 인재를 구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300인 이하 사업장들은 기피직종(29.4%), 낮은 임금수준(23.4%) 등을 이유로 구직자들이 지원을 외면하기 때문에 인력 부족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

한경연 관계자는 “낮은 임금 수준으로 인력 부족을 해결하지 못하는 영세사업장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심화된 인력 부족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또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제조업 임금은 월 평균 4.2%(14만7000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마찬가지로 이 가운데 300인 이하 사업장의 경우 임금 감소폭이 4.4%, 300인 이상 사업장은 3.6%로 추산돼 임금 역시 소규모 사업장의 근로자들이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전망됐다.

변양규 한경연 거시정책연구실장은 “근로시간 단축이 고용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근로자 임금 감소와 현 인력 현황 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