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을 둘러싼 재계와 노동계의 입장차가 쉽사리 좁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제도 시행후 성패가 엇갈렸던 독일과 프랑스 등 해외 사례가 재조명되고 있다.

25일 재계와 고용노동부 자료 등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과 임금 조정을 동시에 진행했던 독일은 대체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은 반면, 임금 조정없는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했던 프랑스는 주로 실패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지난 1993년 자동차회사 폭스바겐에서 근로시간 단축 및 일자리 나누기 협약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노동조합 측에선 구조조정을 실시하지 않는 대신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을 삭감하는 합의안을 수용했다.

사측은 근로자의 표준 근로시간을 주당 36시간에서 28.8시간으로 단축하는 대신 임금을 조정하는 내용안을 제안했고 이를 독일 금속노조와 폭스바겐 사업장평의회가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따라 폭스바겐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은 20% 축소됐고 연간소득 기준 총소득도 16% 가량 감소했다. 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단체협약 갱신을 통해 일자리 나누기 협약은 2006년까지 성공적으로 지속될 수 있었다.

반면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근로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공산당과 사회당의 영향력이 커 주로 법률 제정을 통한 근로시간 단축 방식이 취해졌다. 프랑스는 1998년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35시간으로 제한하는 ‘오브리(Aubry)법’을 제정, 노사 간 협약과 재정지원이라는 두 가지 수단을 주로 활용했다.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조정은 병행되지 않아 노동 비용이 상승하며 기업 부담이 커진 데다 기대했던 것만큼 청년 고용마저 확대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은 고용분야 개혁 정책을 통해 추가 근로시간에 의한 임금 지출에 면세혜택을 주는 등 추가 근로 관련 규제를 더욱 완화하는 처방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까지 프랑스는 10%에 육박하는 높은 실업률을 기록하며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실정이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