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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권력 살아날 권력 / 마이클 만·존 홀 지음, 김희숙 옮김 / 생각의길

‘사회 권력의 원천들’이라는 연작을 통해 정치 사회학 분야를 대표하는 학자가 된 마이클 만(위 왼쪽 사진). 그가 ‘21세기 권력’을 주제로 저널리스트 존 홀(위 오른쪽)과 대담을 나눴다. 무형의 존재인 권력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마이클 만은 폭넓은 지식과 남다른 시각으로 이런 어려움을 간결하게 해결해 준다. 여기에 대담 진행자인 존 홀의 날카롭고 핵심적인 질문은 책을 더욱 논리 정연하게 만든다. 생생한 구어체 번역도 장점. 마치 두 사람을 앞에 두고 직접 듣는 것처럼 읽을 수 있어, 추상적인 개념인 ‘권력’을 쉽게 이해하게 된다.

마이클 만은 과거 권력의 원천을 이념·경제·군사·정치로 구분하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복잡했던 권력의 흐름을 분석한다. 이는 막스 베버가 정리한 그 유명한 3부 체계(경제적·정치적·이데올로기적 형태)에 군사권력의 자율성을 더한 것이다. 그러나 베버는 니체의 영향을 받아 카리스마적 지도자가 이끄는 민족주의를 선호한 반면, 마이클 만은 투철한 사회민주주의자이다. 따라서 존 홀은 서문에서 “마이클 만은 우리 세대의 진정한 베버다. 우리 시대의 역사 감각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우리 시대에 더 밀접한 가치들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평한다.

책은 우선 과거의 권력을 만든 요인을 살펴보고 특정 집단이나 국가가 어떻게 세계적 권력을 손에 넣었는지 보여준다. 특히, 마이클 만은 과거와 달리 현대 사회에서는 전 세계를 아우르는 절대권력이 생겨나기 쉽지 않다고 전망하면서도 “보다 은밀하고 지능적인 형태로 권력이 살아 있다”고 지적한다.

“대형 전쟁이 또 일어나 세상을 초토화시키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건 간에, 어느 쪽이든 앞으로는 군사권력의 관계 때문에 중요한 도전이 갑작스럽게 일어나 세상을 공격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주요 구조의 변화가 일어나기는 더 어려워졌는지도 모릅니다.”(180쪽) “세계화된 생산·무역 네트워크가 세계 속에서 점점 더 광범위한 경제적 권력관계를 만들면, 생산 관계는 우리의 일상생활을 집약적으로 통제합니다. 둘의 조합을 통해 경제적 권력은 전 지구적으로 가장 은밀하면서도 끈질기게 일상생활 속에 뿌리내리고 가장 지속적으로 전개됩니다.”(251쪽)

여기에서 ‘광범위한 권력’이란 마이클 만이 구분한 권력의 종류 중 하나로, 다수의 사람들을 조직하여 넓은 영토를 지배하는 권력이다. 이에 반해 ‘집약적인 권력’은 참여자들이 높은 수준의 책임감을 갖고 운용하는 권력을 뜻한다. 이 같은 권력의 생성과 작용은 비단 국제 사회라는 큰 틀에서 뿐 아니라, 한국의 상황에서도 비슷하다. 여전히 누군가는 경제적·정치적인 권력을 손에 쥐고 휘두르고 있으며 그렇지 않은 대다수는 권력에 지배당하고 있다. 또 권력을 쟁탈하기 위한 싸움은 얼마나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가.

마이클 만의 의미있는 연구는 책의 후반부에서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그는 과거와는 사뭇 다른 현대 사회의 속성을 진단하고 그 속에서 변해갈 미래의 권력을 예측한다. 특히, 그는 앞으로 다가올 인류 최대의 위기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경고한다. 이는 환경에 관한 것인데, 아예 10장을 통째로 할애해서 설명하고 있다. 전 지구적인 연대감을 가지고 공동의 규제를 만들기를 촉구한다.”기후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이는 대부분 인간의 활동으로 야기된 현상이라는 점입니다. (…)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가 행동해야만 한다는 겁니다. 후회하는 것보다는 안전한 게 낫습니다. 만약 지금처럼 가다가 실행에 실패한다면 우리의 손자 손녀들, 어쩌면 그 아이들의 아이들에 이르러 대재앙이 닥칠 수도 있습니다.”(225쪽)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