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9월 3일 시행 예정인 전국 고교 1, 2학년 연합평가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예산 부족 때문이라곤 하지만 단견(短見)이 아닐 수 없다. 조희연 교육감 취임 직후인 이달 초 서울시교육청은 일선 고교에 공문을 보내 ‘소요 예산 6억 원이 없다’며 연합평가 취소를 통보한 것으로 뒤늦게 30일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매년 4회씩 시행해온 전국 고교 연합평가는 어느 지역이든 불참하지 말아야 하는 것으로, 서울시교육청도 취소 통보를 철회해야 마땅하다.

물론, 이미 치른 연합평가 2회로 해당 예산이 소진돼 더 시행하기 어렵게 한 1차적 책임은 서울시의회에 있다. 지난해 전임 문용린 교육감 시절에 서울시교육청이 35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으나, 서울시의회는 “효과가 크지 않고 학생들에게 과도한 학습 부담을 준다”며 11억 원으로 삭감했기 때문이다. 이는 연합평가의 근본 취지부터 잘못 인식한 결과다. 학생 개개인과 학교별로 자신의 학업성취도 수준과 전국 속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의 중요성에 눈을 감은 것이다. 학생과 학교가 더 분발하는 계기이기도 하다는 사실 또한 외면하긴 마찬가지다. 그렇더라도 서울시교육청이 예산 부족 탓으로만 돌려 정기적(定期的) 평가를 걸러선 안 된다. 더욱이 학생 수가 가장 많은 서울 지역의 불참은 전국 단위 평가를 유명무실화하는 셈이다.

조 교육감은 논란이 많은 혁신학교를 올해 10개 더 늘려 1억 원씩 주겠다고 공언했다. 오히려 더 육성해야 할 자율형 사립고에 대해 폐지 정책을 추진하면서 일반고로 자진 전환하는 경우에는 향후 5년 간 최대 14억 원씩 지원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런 일을 할 것이 아니라 정례화한 전국 연합평가를 단 한 차례도 건너뛰지 않고 올해도 4회 모두 시행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