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 지하혁명조직 ‘RO(Revolutionary Organization)’ 조직원 7명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을 앞두고 천주교·불교·개신교·원불교 등 4대 종단 지도자들이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각 종단에서는 “종교인 개인의 입장 표명”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이들이 종단을 대표하는 인물인 만큼 종교계가 ‘이석기 구하기’에 나선 것처럼 비쳐지는 양상이다. 이 때문에 보수단체에서 강력한 비난 성명을 발표했을 뿐만 아니라 종교계와 법조계에서도 “신중하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날 조계종 관계자는 “(총무원장인) 자승스님이 직접 탄원서를 쓴 것은 아니고, 이석기 의원 측에서 선처를 호소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보내와 서명을 한 것일 뿐”이라며 “종단 간의 논의는 없었고 자승스님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판단을 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관계자도 “내부적으로 의견을 모은 것은 아니다”며 “염수정 추기경이 쓴 탄원서 내용도 ‘자비의 하느님은 죄인이 죽기를 바라지 않으시고 살아서 회개하기를 바라신다’는 등 종교적 차원의 호소”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염 추기경은 지난 3일 구속자 가족들과 면담을 한 뒤 10일 직접 쓴 탄원서를 서울고법 형사9부에 보냈고 이어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김영주 총무 목사, 원불교의 남궁성 교정원장 등이 25일 탄원서를 제출했다. 자승스님 등이 구속자 가족들의 요청에 의해 서명한 탄원서는 “더 이상 우리 사회가 어리석은 갈등으로 국력을 소진하기보다 서로 간의 이해와 포용이 허용되는 사회로 나아가기를 희망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 서경석(목사) 북한인권한국교회연합 사무총장 등 종교인들은 “종단 지도자들이 종북 좌파 세력을 지원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며 비판했다. 이석기 의원 등 종북세력이 전혀 반성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재판중 사안에 대해 선처를 호소한 것은 잘못된 행위라는 것이다. 한국교회연합 측은 정치 문제에 종교가 개입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는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법조계는 재판을 앞둔 사안에 대한 종교지도자들의 처신이 부적절하다고 성토하고 있다. 한 검사장급 검찰 관계자는 “우리사회의 갈등과 혼란을 야기한 이가 바로 이석기”라며 “사회에 해악을 끼친 부분에 대해 분명 대가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민환·박정민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