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5일 갓 부화한 새끼 오리들이 경남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마당에서 놀고 있다. 경남경찰청 제공

김지환 경남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경사는 지난 14일 창원시청 관계자와 함께 압수물 폐기를 위해 압수물 보관창고를 여는 순간 깜짝 놀랐다.

문을 열자마자 새끼오리 23마리가 먹이를 달라는 듯 ‘꽥꽥’ 소리를 지르며 몰려나왔기 때문이다.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 2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한 마트에서 국내법상 식용 판매가 금지된 반부화 상태 오리알 300여 개를 압수해 압수물 보관창고에 넣어뒀는데 이중 일부가 부화한 것이다. 15일에도 세 마리가 더 부화해 새끼오리는 모두 26마리로 늘었다.

반부화 오리알은 동남아시아에서 보신 식품으로 통한다. 필리핀에선 ‘발롯’, 캄보디아에선 ‘쩡빗롱’ 등으로 불린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판매가 금지돼 있다. 국제범죄수사대는 반부화 오리알을 외국인 근로자 등에게 판매하고 진열한 업주 김모(여·26) 씨를 축산물위생관리법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바 있다.

압수물 보관창고에서 생각지도 못한 새끼 오리들을 발견한 경찰은 이날 오전 내내 처리를 놓고 골머리를 앓다 창원지검 지휘검사를 찾아가 “살아있는 생명이니 살처분 대신 공매를 통해 살리자”고 요청했다. 폐기처분 지휘를 내린 검사는 이러한 경찰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신숭문 국제범죄수사대장은 “아직 많은 알이 남아 있어 새끼오리가 더 부화할지 지켜보고 있다”며 “공매를 통해 소유권을 넘겨받아 우리가 직접 키우거나 농가에 무상분양하는 등 어떤 방식이 좋을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소식이 경찰 내부 통신망을 통해 전해지자 국제범죄수사대에는 새끼오리를 분양받으려는 경남경찰청 직원들의 문의전화가 잇따르고 있는 상태다.

창원=박영수 기자 buntl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