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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규/서울대 교수·경영학

이번 주는 놀라운 소식이 많았다. 브라질이 월드컵 축구 준결승전에서 ‘1 대 7’이라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패배를 기록하면서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국내에서는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삼성전자가 어닝쇼크에 해당하는 실적을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8일 발표한 2분기 잠정 실적은 매출액 52조 원, 영업이익 7조2000억 원으로, 매출은 1년 전 대비 9.5% 줄었고, 영업이익은 24.5% 급락했다. 무엇보다도 9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액이 줄어든 것이다.

삼성전자의 실적을 구조적 관점에서 걱정하는 시각도 많다. 이제까지 성장을 견인하던 스마트폰이 성숙기에 접어든 반면, 새로운 성장동력은 잘 보이지 않는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저가 업체들의 추격 역시 무시할 수가 없다. 그런데 한 번 패배로 브라질 축구의 미래가 통째로 사라지는 게 아닌 것처럼, 기업의 재무적 실적 역시 X축과 Y축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균형적 관점이 중요하다.

먼저, X축은 해당 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평가하는 지표다. 재무적 실적과 상관 없이 삼성전자는 현재 최첨단 스마트폰을 설계·생산하고, 200개 국가 이상에서 유통시킬 수 있는 경쟁력 관점에서는 그 어떤 기업에도 뒤지지 않는 확고한 1등이다. 그뿐 아니라, 반도체사업부의 글로벌 경쟁력 역시 2등 기업의 도전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리고 TV사업부와 가전사업부가 지난 5년 간 세계 시장에서 유지하고 있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결론적으로 X축의 관점에서는 이번 2분기 실적과는 무관하게, 삼성전자의 본원적 경쟁력은 계속 좋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Y축은 해당 기업이 미래를 위해 보유하고 있는 새로운 성장 엔진들을 평가하는 지표다. 일부에서는 삼성전자의 미래 성장 엔진이 명확하지 않다고 걱정한다. 2010년 이건희 회장이 강조한 5대 신수종 사업, 즉 태양전지·발광다이오드(LED)·자동차배터리·바이오·의료기기 사업 역시 가시적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Y축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기업 자체를 분석하는 게 아니라, 경쟁사 대비 어떤 전략을 준비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일이다.

삼성전자의 중점 사업 분야인 정보·통신·기술(ICT)산업은 누군가 말처럼 매시간마다 변화를 겪는다. 하지만 최근 ICT산업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구조적 관점에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 전환기다. 지난 40년 간 ICT산업은 세 번의 패러다임 전환기를 겪었다. 1975년 개인용 컴퓨터의 출현, 1993년 인터넷의 상용화, 2007년 스마트폰의 출현이 바로 그것이다.

현재 ICT산업은 네 번째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바로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시대가 동시에, 그리고 맞물려서 완전히 새로운 변화를 만든다. 따라서 지난 3번의 패러다임 전환기와는 달리, 이번에는 하드웨어, 운영체제, 콘텐츠 모두가 동시에 새로운 변화를 만들거나 이겨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현상은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IBM·HP·애플과 같은 시장 참여자들 모두가 이겨내야 하는 공통 과제다. 바로 이런 어려움 때문에 경쟁 기업들 역시 삼성전자 못지않게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론적으로 Y축의 관점에서 평가해도 삼성전자는 경쟁사 대비 결코 뒤지지 않는다.

필자 역시 삼성전자가 전혀 위기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ICT산업의 네 번째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아 변화(變化)도 필요하다. 다만, 위에서 말한 X축과 Y축이라는 관점에서 이번 2분기 실적을 평가해 보면, 다른 사람들처럼 호들갑스러워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지금 현재 브라질의 축구 대표팀에 가장 필요한 것이 국민의 믿음과 사랑인 것처럼, 지금 삼성전자에 가장 필요한 것 역시 온 국민의 흔들리지 않는 신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