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서울글로벌센터에 입점해 있는 카페오아시아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는 몽골인 바트체첵 씨가 고객들로부터 주문을 받고 있다. 김연수 선임기자 nyskim@munhwa.com

“한국에 시집와서 6살, 4살 아이 둘을 둔 제가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는 게 정말 기뻐요. 남편도 아침마다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며 응원해 줍니다.” 올해로 한국에 온 지 4년째인 몽골 출신 바트체첵(30) 씨는 3주 전부터 서울 광화문 오피스빌딩에 있는 커피전문점으로 출근을 한다. 다문화가정 주부로서 문화도 언어도 낯선 타국에서 두 아이를 키우면서 번듯한 일자리를 구하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커피전문점에 바리스타로 취직한 뒤 한국에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바트체첵 씨의 직장은 지난해 고용노동부 인가 1호 사회적협동조합인 카페오아시아. 주로 다문화가정 여성과 취약계층을 고용하는 카페들이 모인 협동조합이다.

사회적협동조합은 취약계층 고용이나 사회서비스 제공 등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비영리법인이다. 현재 전국에 144개의 사회적협동조합이 설립돼 있다.

카페오아시아는 우리 사회 일원이 된 다문화가정 여성들이 성공적으로 우리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목적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다문화 여성 채용을 목적으로 한 커피전문점이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독자적으로 살아남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서로 다른 커피전문점 사회적기업들이 힘을 모으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서 사회적협동조합 카페오아시아는 첫발을 내디뎠다.

원두 구매에서부터 메뉴개발, 마케팅, 종이컵·빨대 등 소모품 구입, 베이커리까지 혼자서 하면 비용이 많이 들지만 공동구매와 제품 개발을 공동으로 진행하면 가격이 저렴해진다. 현재 카페오아시아에는 5개의 직영점과 같은 철학을 가진 커피전문점 20개가 조합원으로 가입해 있다.

카페오아시아의 커피는 균형 잡힌 맛과 향으로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다문화가정 여성 바리스타들은 자국에서 익숙한 음료를 상품화하기 위해 제품 개발에 나섰다. 카페쓰어농, 카페쓰어다, 타이아이스티 등 동남아에서나 맛볼 수 있는 이국적인 음료가 카페오아시아 조합 커피숍의 특징 음료로 탄생할 수 있었다.

이런 조합원들의 주인의식에 힘입어 지난해 9개 조합의 13개 커피전문점에서 시작한 카페오아시아 조합 매장은 1년 만에 25개로 늘어났다. 이들 매장에는 85명의 조합원들이 있고, 이 중 70%가 다문화가정 여성이나 취약계층이다.

카페오아시아 조합 커피전문점들은 대기업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과는 운영 방식부터 다르다. 카페오아시아 사회적협동조합의 직영 커피전문점은 서울과 수도권의 5개 지역에 산재해 있다. 취약계층 고용과 지역사회 공헌 등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적기업 커피전문점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해 카페오아시아의 브랜드를 형성한다. 조합에 가입하더라도 각각의 환경과 여건에 맞는 모델을 선택해 매장을 열 수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조합 카페 ‘카페 우리’는 다문화가정 여성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해온 지역 교회 교인들이 설립했다. 다문화가정 여성들이 우리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한국어 터득 못지않게 사회생활에 동참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 설립됐다. 현재 이곳에는 다문화가정 여성 8명이 바리스타 등으로 근무하고 있다.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금천커피로드’는 지역 복지관이 다문화가정 밀집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설립했다. 금천커피로드는 다문화가정 여성 고용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의 소통 공간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위더스카페’는 장애아동을 둔 부모들이 자신의 자녀들이 자립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들어주자는 공감대에서 출발했다. 현재 위더스카페에는 4명의 숙련된 장애인 바리스타들이 깊은 맛의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카페오아시아는 사회공헌 활동에 나선 대기업이나 공공기관들을 설득해 매장을 늘리는 영업전략을 펴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지점은 포스코가 사내 공간을 무상으로 임대해준 덕분에 문을 열수 있었다.

서울 광화문 서울글로벌센터점과 경기 광명점은 지자체의 사회적기업 육성 조례에 따라 공공기관 소유 건물에 저렴한 임차료를 내고 입점한 경우다. 포스코센터점 바리스타 안티카 씨는 “처음에는 ‘아메리카노 세 잔 달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한국어가 서툴렀지만 지금은 한국어가 많이 늘었다”며 “카페오아시아에서 일하면서 달라진 건 한국어 실력뿐만 아니라 불쑥불쑥 찾아오던 향수병이 없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포스코센터점에 근무하는 반말리 씨는 “출근해서 동료들과 함께 손짓 발짓 섞인 한국어로 얘기를 나누다보면 한국말 ‘정(情)이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며 직장생활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