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무인공격기 드론이 미국을 ‘끝없는 전쟁’의 벼랑으로 몰아넣을 위험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미국이 벌이고 있는 대테러 전쟁의 첨병인 드론이 지구촌에서 오히려 갈등과 대립을 유발하고 전쟁을 확산시키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문제의 제기는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서 드론 작전을 펼치는 미국 국방부와 중앙정보국(CIA)에 몸을 담았던 전직 관리들로부터 나와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26일 미국의 군축 전문 싱크탱크인 스팀슨센터는 ‘미국의 드론정책 태스크포스 건의’라는 제목으로 81페이지에 달하는 특별 보고서를 발표했다. 스팀슨센터는 보고서에서 “무인항공기(UAV)는 장시간 상공 체류와 뛰어난 센서감지 능력, 광범위한 작전반경으로 군사와 정찰 분야 등에서 매력적인 선택 수단이 됐다”면서 “하지만 대테러 전쟁을 위해 UAV의 사용이 늘어나자 비판과 주의를 불러일으켰다”고 언급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도 스팀슨센터의 드론 보고서를 주요 기사로 전했다.

특히 스팀슨센터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표적 살상을 위해 끌어안고 있는 드론의 사용은 미국을 끝없는 전쟁의 벼랑으로 몰아넣을 위험이 있다”고 언급했다. 머리위로 ‘웅웅’거리며 날아와 총탄을 퍼붓는 드론에 대한 공포가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저항과 투쟁의 반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논리다. 스팀슨센터는 “(미국의) 드론 공습은 앞으로 다른 국가들이 이 같은 치명적 군사작전을 도입하는 위험한 선례로 작용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각국이 개발 경쟁에 나서면서 미래에는 드론 대 드론 전투가 일반화된다는 관측이다.

보고서 작성에는 존 아비자이드 전 미국 중부군사령관, 로사 브룩스 조지타운대 교수, 필립 머드 전 CIA 대테러센터 부소장, 제프리 스미스 전 CIA 자문관, 존 벨링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자문관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알카에다를 괴멸시키려는 미국의 (드론)작전이 수니파와 시아파 극단주의자 확장을 막고 미국의 안보와 이익을 증진시켰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 “드론은 아마 자신들이 죽이는 테러리스트들을 오히려 양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면서 의문을 제기했다.

워싱턴=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