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일본의 고노(河野)담화 검증 보고서 발표 이후 전략적이고 치밀한 외교전과 국제여론전을 펼 계획이다. 일본 정부에 대한 직접적 대응조치도 있지만 국제사회와 일본내 양심세력 등과도 협조하는 등 다각적인 대응전략을 준비중이다.

미국 측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역사퇴행적 행보가 미국이 강조하는 한·미·일 3각 협력의 장애물임을 강조하고, 7월 초 한국을 방문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는 일본 제국주의의 직접 피해당사국으로서 자연스럽게 대일 역사공조에 인식을 같이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24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고노담화 검증 보고서 문제는 현재 한·미 간 중요한 대화의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을 방문중인 조태용 외교부 1차관은 워싱턴에서 열리는 윌리엄 번스 미 국무부 부장관과의 회담에서 ‘일본의 고노담화 훼손 기도’에 대해 상세히 설명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 국무부가 고노담화 계승은 일본이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데 있어서 중요한 장(章)이라고 언급한 것은 일본에 대한 점잖은 경고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과는 이미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공조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최근 일본군 위안부 관련 자료가 있는 중국 지린(吉林)성을 방문한 동북아역사재단은 지린성 당안관(정부기록보관소)과 자료 공유 및 공동 연구를 추진키로 한 바 있다.

여기에 7월 초 시 주석의 한국 방문은 ‘한·중 역사 공동 대응’이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는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다. 다만 외교가 일각에서는 두 정상이 공개적인 입장 표명은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이 밖에도 고노담화 검증 보고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국제여론전에도 주력할 예정이다.

일본내 양심세력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본 시민단체 ‘일한회담 문서 전면공개를 요구하는 모임’의 공동대표인 요시자와 후미토시(吉澤文壽) 니가타고쿠사이조호(新潟國際情報)대 교수는 지난 20일 일본 정부가 발표한 고노담화 검증 보고서의 토대가 된 외교문서들을 일반에 전면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시자와 교수는 이날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노담화 검증 보고서에 대해 “일본 측 입맛에 맞는 외교문서만 모은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게 한다”고 주장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