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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성장엔진’인 기업이 활력을 잃고 있다. 신사업이나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투자를 늘리는 대신 빚을 갚아 재무구조를 개선하거나 사업 구조조정에 더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문화일보가 30대 그룹(공정거래위원회 기준)의 주력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및 전략담당 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하반기 경제전망 및 경제현안’ 설문조사에서 ‘올 하반기 경영 화두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내실경영’(46.7%), ‘비상경영’(30.0%), ‘긴축경영’(13.3%) 등 보수적 경영 기조를 담은 응답이 90%를 차지했다. 신사업 발굴 전략의 ‘창조경영’이 10.0%였고, ‘공격경영’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9∼23일 직접면담이나 이메일 설문 등을 통해 진행됐다.

하반기 최우선적으로 추진할 경영전략 방향에 대해서도 ‘재무구조 개선’이란 응답이 40.0%로 가장 많았다. ‘신규시장 진출’(16.7%), ‘사업 다각화’(6.7%), ‘공격적 투자확대’(3.4%) 등 시장 위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기업은 30%에도 못 미쳤다. ‘사업구조조정’이 당면 과제인 기업도 2곳(6.7%)이었다. 결국 기업들은 내부 사업 조정과 재무 개선에 우선하면서 투자 여건을 관망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하반기 한국경제의 최대 화두로 내수 진작(31.7%·복수응답)과 경기 부양(26.7%)을 가장 많이 꼽았다.‘일자리 확대’(8.4%), ‘가계 부채 연착륙’(8.4%), ‘정치 리스크 차단’(5.0%), ‘재정 건전성 확보’(3.4%) 등이 뒤를 이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미국·중국의 경기 흐름이 불안하고, 이를 보충해 줄 내수시장도 침체된 상황에서 기업들이 연구·개발(R&D)이나 시설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설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승훈 기자 osh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