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2012년 7월 전북 완주 고산농협이 아이쿱생협과 친환경농축산물 생산·소비 협약을 체결한 뒤 직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후 두 협동조합은 안정적인 농산물 거래를 통해 상생을 지속해 왔다. 고산농협 제공

사회적경제 조직이 5000개를 넘어설 정도로 팽창하면서 사회적경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1960∼1970년대부터 성장해온 농협과 신협을 사회적경제 조직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나라 전체 농업 인구(291만여 명) 중 85%에 달하는 245만여 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는 농협은 곧 농촌 경제를 이끌어 가는 토대다.

자산 규모 56조 원의 신협은 경제적 약자들이 경제적·사회적 어려움을 스스로 해결하고자 자발적으로 조직한 비영리 금융협동조합이다.

사회적경제 기본법 제정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농협과 신협의 역할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사회적경제 조직이 어려움을 겪는 판로와 금융 부문에서 이들의 역할이 기대를 모은다.

◆ 사회적경제 조직으로서의 농협·신협 = 290조 원 자산 규모의 농협과 56조 원 자산 규모의 신협. 양대 대형 금융기관에 사회적경제 조직이라는 이름표를 붙이는 것은 왠지 낯설다. 대다수 도시인들은 농협이나 신협을 대형 금융기관 중 한 곳으로 생각한다.

협동조합으로서 어떤 차별화된 경영전략을 펼치고 있는지 와 닿지 않는다. 하지만 농촌으로 가면 농협은 농민의 삶에 있어 물과 공기와 같은 존재가 된다. 우리나라 전체 농민 85%가 지역 농협의 조합원이다.

농협은 조합원인 농민들에게 정책금융을 지원하는 창구가 되고, 농기계·비료 구입을 대행하며, 생산물을 판매해 주기도 한다. 농촌 경제의 사소한 부분 하나까지도 농협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

신협 역시 마찬가지다. 영리 추구 이전에 서민과 영세상공인 등 사회경제적 약자를 위한 금융지원을 제공한다.

지역 내에서 조성된 자금을 지역 내에서 운용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와 발전에 기여하기도 한다. 신협은 지역마다 조합원들의 자발적인 의지에 따라 설립되고 민주적 운영이라는 협동조합 정신에 따라 임원을 조합원 총회에서 선출한다.

금융업을 통한 이윤 창출에 앞서 조합원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서비스 제공에 1차적 목적을 두고, 조합원들이 직접 경영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농협과 신협은 사회경제적 조직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 농협·신협의 발전 경로 = 농협은 민주적 운영이라는 협동조합의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1961년 정부 주도로 탄생했다.

농협의 탄생 배경은 정부의 농업지원 창구가 필요하기 때문이었고, 대통령이 농협중앙회장을 임명하고 농협중앙회장이 군 농협조합장을 임명하는 하향식 지배구조였다.

민주적 운영이라는 협동조합의 가치는 모호했지만 상호금융사업 도입, 농사자금 제공, 쌀 수매대행 등 다양한 지원제도는 농민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 한편 1960년대 부산에서 설립된 신협은 캐나다 신협운동의 영향을 받아 아래로부터 설립된 협동조합이다. 현재 신협은 전국에 942개 조합과 582만 명의 조합원을 두고 있고, 자산은 56조 원에 육박한다.

◆ 사회적경제 조직과 연대 = 새누리당이 발의한 사회적경제 기본법은 서로 다른 협동조합 간 연대가 가능하도록 제도적인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협동조합은 경쟁 일변도의 경영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어서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다른 협동조합 간 연대가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몬드라곤, 에밀리아로마냐 등 협동조합 역시 다양한 협동조합들이 모인 복합체다. 농협과 신협은 이런 점에서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체력을 다지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전북 완주 고산농협의 경우 친환경 농산물을 유통하는 ‘ICOOP(아이쿱)생협사업연합회’의 강력한 전진기지다.

아이쿱생협은 고산농협으로부터 친환경 농산물을 대규모로 공급받는다. 아이쿱생협 입장에서는 양질의 농산물을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어서 좋고, 고산농협은 도매시장을 통하는 것보다 안정적인 판매처가 생겨서 좋다. 이런 안정적인 유통구조를 통해 아이쿱생협은 가장 성공한 협동조합의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또 농협이 전국에 갖고 있는 하나로마트, 하나로클럽 등 소매매장 2500개를 통해 사회적경제 조직의 생산품을 소비자들에게 소개할 수도 있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은 “농협과 신협이 가진 사회적경제 자원을 다른 사회적경제 조직들과 나누면 서로 발전하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사회적경제 금융지원 역할 = 협동조합 간 연대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금융 부문이다.

사회적경제 조직들은 기존 금융시장에서 자금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사회적경제 기본법 제정으로 사회적경제 금융기금을 마련하고, 금융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영리를 추구하는 일반 은행들이 사회적경제 조직에 자금을 내주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때 협동조합으로서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는 농협과 신협이 사회적경제 금융기금 마련에서부터 금융지원까지 사회적경제 금융 생태계 조성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해나갈 수 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